유럽 쪽의 국제조세 전문가 중 이름이 많이 알려진 원로 급으로 굴리엘모 마이스토(Guglilmo G. Maisto)라는 이탈리아 사람이 있습니다. 아마 지금 국제조세협회(IFA, International Fiscal Association) – (사)한국국제조세협회도 이 국제조직에 가입되어 있고, 여기서는 한국 국조협을 ‘한국 지부’라고 부릅니다 – 의 ‘대표’(president)를 맡고 있는 것 같습니다. 1952년생이라니 이제 73세네요. 저는 IFA의 상설학술위원회(PSC, Permanent Scientific Committee) 위원을 하던 시절에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며칠 전에 한국 국조협을 방문하러 서울에 다녀가기도 했습니다.
이 사람이 70세가 된 2022년에 IBFD에서 기념의 의미에서 논문 모음집을 펴냈습니다. 우리 식으로 하면 ‘고희 기념 논문집’ 정도가 되겠네요.
“Building Global International Tax Law – Essays in Honour of Guglielmo Maisto”
라는 제목입니다. 이런 종류의 책으로서는 조금 이례적으로 상당히 두툼해서 700 페이지 정도에 달하고 여러 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29 편의 글을 모아서 책을 펴냈습니다. 최근에 제 손에 들어왔네요. 일단 지금의 저로서 눈에 띄는 글은,
- 제3장: 필립 베이커, “The Localization of Tax Treaty Interpretation”
- 제8장: 파스콸레 피스토네(Pasquale Pistone, 이탈리아), “The Faltering Legitimacy of the Place of Physical Presence as a Tax Nexus for Active Income”
- 제16장: 포루스 카카(Porus Kaka, 인도), “Judicial Evolution of the Relevance of Domestic Law and Article 3(2) in International Tax Jurisprudence”
- 제26장: 스테프 판 베헬(Stef van Weeghel, 네덜란드), “Tax and Investment Treaties: Further Thoughts”
- 제28장: 야리브 브라우너(Yariv Brauner, 이스라엘 - 미국), “Rethinking Reciprocity in Tax Treaties”
- 제29장: 안젤로 니콜라카키스(Angelo Nikolakakis, 캐나다), “In Quest of Fairness – The Distributional Implications of Different Models of International Taxation”
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언급하려고 하는 것은 역시나 ‘주요 목적 기준’(PPT, Principal Purpose Test)을 소재로 삼은, 독일의 볼프강 쇤(Wolfgang Schön)의
- 제12장 “The Role of ‘Commercial Reasons’ and ‘Economic Reality’ in the Principal Purpose Test under Article 29(9) of the 2017 OECD Model”
입니다. 이 블로그에 얼마 전 주요 목적 기준에 관한 외국 학자들의 글을 몇 건 소개했는데, 비판적인 견해가 많았고 특히 조세조약의 혜택을 얻는 것이 어떤 거래를 하는 주요 목적 중 하나이면 조세조약의 적용을 거부할 수 있다는 이 기준의 내용은, 조세회피 행위에 대처하기 위해 과세관청이 ‘일반적 조세회피방지 규정’(GAAR)을 활용할 수 있는 문턱을 너무 낮춘 것이고, 특히 그렇기 때문에 그 거래에 사업상의 목적이 있거나 일정한 ‘실질’이 있다고 하더라도 과세관청이 쉽게 조세조약의 적용을 거부할 수 있게 되어 부당하다는 비판이 흔했습니다. 이 글은 그러한 우려를 감안하여, 실제로 이 기준을 해석·적용할 때 이러한 사업상 목적이나 사업과 관련된 실제의 행위가 존재한다면 조세조약의 적용을 부정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 또는 나오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1) 기본적으로 PPT를 GAAR의 일종으로 파악하는 데에서 논의는 출발하고,
(2) GAAR을 비교법적으로 검토해 보면, 거래 당사자들이 의도한 결과가 해당 세법 규정의 ‘대상과 목적’에 어긋나는지를 따지는 ‘목적론적’ 차원(teleological element)과, 이러한 목적론적 차원의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에도 일정한 추가적 요건(threshold)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당사자들이 택한 법적 형식이 부정된다는 측면의 두 가지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3) PPT에는 조약의 혜택이 주요 목적의 하나이어야 한다는 요건과, 조약 적용이 해당 조항의 ‘대상과 목적’에 어긋난다는 요건이 존재하는데, 쇤은 첫 번째 요건이 ‘threshold’에 해당하고, 두 번째 요건은 ‘목적론적 차원’을 나타낸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흔히 생각하듯이 첫 번째 요건이 원칙(본문)이고 두 번째 요건이 예외(단서)에 해당한다거나 따라서 이 구조에 따라 입증책임이 배분된다는 이해에 공감하지 않습니다.
(4) 이 구조에서 사업상 목적이나 ‘경제적 현실’의 존재는 ‘threshold’에서도 문제될 여지가 있는데 사업상 목적이 주된 목적이고 조세조약의 혜택은 ‘주된’ 정도에 해당하지 않는 ‘부수적’ 목적으로 격하될 수 있는지 하는 논의에서 일정 부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5) 하지만 사업상 목적이나 경제적 현실의 존재는 동시에 ‘목적론적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되고, 이때에는 이러한 상황에서 조세조약의 혜택을 부정하는 것이 과연 조세조약 일반, 또는 나아가 해당 조세조약 조항의 ‘대상과 목적’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합니다. 많은 경우 조세조약은 이중과세의 부담을 없애 줌으로써 국제거래의 의사 결정에 세금 부담이 미치는 왜곡 효과를 없애주는 데에 그 존재이유가 있기 때문에 사업상 목적이 경제적 현실이 존재할 때에는 흔히 조세조약의 혜택을 부정하는 것이 ‘대상과 목적’에 맞지 않는 결과가 되리라고 이해하고 있는 듯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OECD가 PPT 해설을 위해 모범조약 주석서에서 제시하는 사례들에는 의문스러운 데가 많은데, 쇤은 특히 사업상 목적이나 경제적 현실이 존재하는 사례에서 조세조약의 혜택 부여를 인정하는 결과가, 물론 그 자체로는 타당하지만 PPT의 문구와 쉽게 잘 조화되지 않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문을 어느 정도 해명할 수 있는 이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주요목적 기준이 GAAR의 일종이기 때문에 GAAR 이해, 또는 해석에 관한 일반 이론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실질과세 원칙, 그리고 이를 조세회피 방지를 위해 활용하고 있는 대법원 판례의 입장도 GAAR의 한 갈래라 할 수 있고, 그렇다면 PPT를 실제로 해석할 때에도 아마 실질과세 원칙에 관한 기존의 판례에서 출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쇤의 논리 전개는 이러한 생각에도 어느 정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