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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AR과 조세조약: '지도원칙'에서 PPT로. 벱스 제6행동계획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었는가? GAARs and Treaties: From the Guiding Principle to the Principal Purpose Test. What Have We Gained from BEPS Action 6? - Andres Baez Moreno

세법 선생 2025. 3. 13. 20:37

이른바 주요 목적 기준’(Principal Purpose test, PPT)이 우리나라에서는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는데, 유럽 쪽 문헌들을 조사해 보면 생각보다 상당히 비판적인 견해가 많은 것 같아 조금은 놀라게 됩니다. 스페인의 학자인 안드레스 바에스 모레노라는 사람의, 2017년 '인터택스'(Intertax Vol. 45, 6/7)에 실린 이 글도 그런 내용입니다.

 

잘 알다시피 OECD2003년의 주석서 개정에서, 조약 편승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각 나라가 자국 국내법의 일반적 조세회피방지 규정 실질과세 원칙일 수도, 또 흔히 GAAR 이라고 불리는 형태의 실정법 규정일 수도 있습니다 을 활용하여 조약 혜택의 부여를 거절하더라도 이는 조약이 정하는 의무의 위반으로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우리나라도 그 후 라살레 판결을 통해 이러한 입장을 판례로 정립하였지만, 우리 판례에서나 OECD의 입장에서나 그와 같이 볼 수 있는 근거가 꼭 명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BEPS 기획에 따른 다자협약(Multilateral Instrument, MLI)주요 목적 기준이 들어가면서 이러한 애매한 부분이 보완된 셈이기는 한데, 국내법의 GAAR을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여전히 주석서(우리나라의 경우는 판례)에 남아 있어서 PPT가 활용될 수 있는 경우, PPT와 실질과세 원칙 간의 관계가 분명하지 않다는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이 글에서도 그러한 점을 지적하고 있고, 나아가서는 PPT 자체에 대하여도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 국한된 것은 아닌데(예전에 살펴본 드 브뢰 등의 글에서도 그러한 입장이 제시되었습니다),

 

(i)             조약의 혜택을 받기 위한 주관적 의도가 있다고 해서 불이익을 받고 그러한 의도가 없으면 괜찮다는 식의 논리도 납득하기 힘들고,

 

(ii)           복합적인 의도가 있을 때 그 중 조약 혜택을 받겠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여 (세금과 무관한 다른 의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이익을 받는다는 결과도 납득하기 힘들고,

 

(iii)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약의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조약의 대상과 목적에 부합하는 경우에는 조약 혜택이 부여될 수 있다고 하는데 이 법리가 적용될 수 요건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등의 비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PPT에 만국 공통의 해석이 필요하다는 점은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데, 이 글에서도 지적하듯이 실제 그렇게 되기는 매우 어려울 터이고, 이 글에 따르면 차라리 유럽연합 사람들에게 익숙한 거래의 인위성’(artificiality)라든가 미국 법원의 판례에서 유래하여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업상 목적’(business purpose)의 개념을 활용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합니다.

 

PPT는 많은 부분 2003년 주석서에 제시된 이른바 지도 원칙’(guiding principle)의 내용을 그대로 이어 받았는데, 이 글은 2003년 주석서 개정 자체에 문제가 많았는데 BEPS 기획이라는 좋은 기회에 이를 충분히 짚고 가지 못한 채 PPT로 이어진 것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