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자 판례공보에는 두 건의 판결이 실려 있고 모두 조세특레제한법 조항의 해석에 관련된 것인데, 이 중 두 번째의 것에 그나마 조금 더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대법원 2025. 7. 18. 선고 2022두53204 판결
법인을 지배하는 사람이 동시에 법인이 아닌 사업체를 경영하다가, 법인 아닌 사업체의 사업을 법인에 ‘통합’시키는 구조조정 거래를 하는 경우 이월과세를 적용 받도록 하는 내용의 조특법 제31조에 관련된 것입니다. 이 경우 개인이 법인에 사업을 양도하는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고 이때 양도소득세 같은 세금이 문제될 수 있는데, 이러한 구조조정 거래가 이 세금 때문에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을 막기 위해 이월과세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여기까지는 크게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기업구조조정 과세 체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잘 이해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문제는 시행령에 들어 있는 이월과세의 구체적 요건인데, 양도의 대상이 되는 사업의 순자산가액과, 대가로 받는 신주 – 이때는 사업 일체를 현물출자하는 형식이 됩니다 – 의 ‘가액’을 비교하여 후자가 전자 이상인 경우에 한하여 이월과세가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기업구조조정 과세 체계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요건은 보통 미국 사람들이 COI (continuity of interest) 라고 부르는 것으로서, 대가의 대부분을 (현금 말고) 주식이나 출자지분의 형태로 받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법에서도 이러한 내용이 일반적으로 나타나는데(예컨대 대가의 80% 이상을 주식으로 받아야 한다는 법인세법 제44조 제2항 제2호), 여기서는 그런 형태를 취하지 않고 순자산가액 이상의 ‘가액’을 가진 신주를 받으라고 합니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이 ‘가액’이 ‘시가’를 가리킨다고 하는데, 그렇게 보면 문제된 법인과 개인 간에 대등한 당사자처럼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전제 아래, 주식의 ‘시가’가 출자한 사업의 가액과 아마 같거나 비슷할 터이므로, 전자가 후자보다 더 커야 한다는 규정은 결국 주식 말고 다른 대가 – 이를테면 현금 – 를 현물출자하는 개인이 받아갈 가능성을 차단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문제의 조특법 조항을 일반적인 COI 규정의 일종으로 보는 셈이지요. 이 사건에서는 당사자가 시가가 액면가액을 밑도는 주식을 일부 액면발행하면서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들어서 결국 이 요건을 맞추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의문은 남습니다. 이 조항이 COI 조항이라면 법인세법에서 그렇게 하듯이 그냥 정면으로 그렇게 규정을 하면 될 텐데(현금으로 받아가는 것이 없어야 하고 대가의 전부가 주식이어야 한다거나) 이상야릇한 방식으로 규정을 해 놓았기 때문이지요. 앞에서 이 법인과 개인 간에 대가를 적정하게 수수하리라는 전제를 세워 놓고 논의했지만 사실 이 전제 자체가 좀 이상합니다. 그냥 같은 사람이 지배하는 두 사업체 간의 거래와 비슷한 것이어서요.
무엇보다 이 ‘통합’ 조항에 바로 이어서 조특법에 배치되어 있는 것이 법인 ‘전환’ 조항 – ‘통합’은 애초에 법인이 존재하는 경우이고 ‘전환’은 새로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라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따름입니다 – 인데, 이 ‘전환’ 조항에서는 출자되는 사업의 순자산가액과 새로 설립되는 회사의 ‘자본금’을 비교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조특법 제32조 제2항, 시행령 제29조 제5항). 즉 자본금이 사업의 순자산가액 이상이어야 한다는 제약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좀 헷갈립니다. 그러니까 사건이 대법원까지 왔고 대법원도 판시 내용을 정당화하기 위해 아주 길게 자신의 논리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이 판결의 당부는 조특법 조항의 입법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전에는 논의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간단한 구조조정 거래에서 이런 문제가 생기게끔, 그 의도를 정확히 알기 어려운 조문을 만들어 놓은 쪽에, 굳이 말하자면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수도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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