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공보

2025년 11월 15일자 판례공보

세법 선생 2026. 2. 15. 09:00

두 건의 조세판결이 수록된 20251115일자 판례공보 논평입니다.

 

1. 대법원 2025. 9. 25. 선고 202533121 판결

 

기업회생 절차가 개시된 후에 해당 기업에 조세채권이 성립하면 이 채권은 이른바 공익채권으로 취급된다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조세채권, 채무자 기업에서 볼 때에는 조세채무에 제2차 납세의무가 포함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제2차 납세의무는 국세기본법이 정하는 네 가지 중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이른바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입니다. 납세자 법인이 조세채무를 다 이행하지 못할 때 법인격의 경계를 뛰어넘어 그 법인을 지배한다고 볼 수 있는 과점주주에게 납세의무를 지우는데, 조세채권의 공익적 성격을 보여주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 법인격이라는 개념이 민사 거래의 필요성에서 생긴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법 영역에서 다 똑같이 존중 받을 성격이 아니라는 점 역시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제2차 납세의무자에 가지는 국가의 조세채권도 공익채권에 포함시켜야 할까요? 아니면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되었듯이 아예 처음부터, 회생 절차에 들어간 기업은 과점주주로서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부담하지 않으면 공익채권인지 아닌지 따질 필요도 없겠지요. 채권 자체가 없으니…)

 

한쪽에는 조세채권자로서 국가가 조세채권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고, 다른 한편에는 (이 판결이 상세하게 설시하고 있듯이) 회생시켜야 할 기업을 둘러싸고 다양한 종류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각각의 관계자들의 이익이 있습니다. 이들이 기업을 회생시키는 것이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된다고 보아 서로 타협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해 나가는 것이 회생 절차일 텐데, 거기에 조세채권자인 국가가, 그것도 법인격이라는 경계선을 뛰어넘어 들어와서 우선적으로 자기 몫을 확보하는 결과가 과연 타당한지 하는 데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올바른 결론에 이르기 위해 따져보아야 할 논점은 사실 이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조세채권은 그래도 국가가 우선적으로 챙겨가지만 제2차 납세의무의 조세채권은 그렇지 않다고 할 때 그와 같이 구별할, 어떤 유의미한 현실적 이유가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종류의 논리 전개는 우리나라 법원에서 사실 생경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 판결은, 2차 납세의무는 민사법의 질서에 대한 예외로 인정되는 것이라 그 범위를 좁혀서(흔히 쓰는 말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거나 하는 전제를 달아 놓고 결론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 판결은 제2차 납세의무나 회생 절차의 기본적 성격 같은 내용에 관한 일반론을 꽤 자세하게 풀어놓고 있어서 도움이 됩니다. 다음과 같은 부분입니다.

 

 

구 국세기본법 제39조에 규정된 제2차 납세의무는 조세징수의 확보를 위하여 원래의 납세의무자인 법인의 재산에 대하여 체납처분을 하여도 징수하여야 할 조세에 부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사법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을 최소화하면서 실질적으로 법인의 운영을 지배할 수 있는 출자자에 한하여 법인으로부터 징수할 수 없는 액을 한도로 하여 보충적으로 납세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제도이다.

 

나아가 구 국세기본법 제39조 제2호의 취지는, 회사 경영을 사실상 지배하는 실질적인 운영자인 과점주주는 회사의 수익은 자신에게 귀속시키고 그 손실은 회사에 떠넘김으로써 회사의 법인격을 악용하여 이를 형해화시킬 우려가 크므로 이를 방지하여 실질적인 조세평등을 이루려는 데 있다. 그러나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는 사법상 주주유한책임의 원칙에 대한 중대한 예외로서 본래의 납세의무자가 아닌 제3자에게 보충적인 납세의무를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적용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8두36110 판결 등 참조).

 

 

처음 보는 설시라 기억해 둘 필요는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의 결론을 내는 데에 편리하게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은 특히 사법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을 최소화한다, 그리고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한다는 구절입니다.

 

2. 대법원 2025. 9. 25. 선고 202533790 판결

 

비교적 새로운 현상인 이른바 유언 대용(代用) 신탁에 관련된 것이고, 사망의 시점에 부동산에 관한 수익권’ – 신탁법에서 말하는 것입니다 이 상속인에게 귀속되는 경우 부동산 취득세에 관련된 범위에서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가 쟁점입니다.

 

신탁의 법률관계가 가지는 장점은 수익자가 어떤 법적 지위에 서도록 할지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고 흔히 설명하는데, 여기서도 부동산을 그냥 상속시키거나 유증하는 것이 아니라, 신탁의 이러한 장점을 활용하여 부동산 자체를 취득시킬 수도 있고 부동산에서 나오는 현금 흐름만을 취득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 배경을 이룹니다. 그리고 만약 후자라면 이는 부동산 자체를 취득한 것과는 다르니 취득세를 물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방론(傍論)으로 만약 전자였다면 부동산 무상취득이 이루어졌다고 보아 취득세를 물릴 수 있었으리라는 설시도 남기고 있습니다.

 

이 판결이 언급하고 있듯이 상속세제에서는 이런 탄력성이 존중되지 않는다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탁한 재산은, 사법(私法)으로는 상속의 대상이 아니지만, 상속세법에서는 상속된 것으로 이해를 합니다. 법적으로 신탁재산은 피상속인의 소유도, 상속인의 소유도 아니지만 그에 대한 현실적인 지배권은 분명히 이들에게 속한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겠지요. 그에 비하면 취득세 영역에서 대법원은 조금 사법적(私法的) 법률관계의 내용에 충실한 방향으로 결론을 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판결은 이와 같이 각 법 영역에서 조금씩 다른 결론이 도출된다는 점은 밝혀두고 있지만 그 구별의 이유를 굳이 살피고 있지는 않습니다. 신탁의 법률관계가 조금씩 더 많이 이용되고 있는 상황이니 신탁 세제 관련 판결들도 앞으로 계속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