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공보

2026년 1월 1일자 판례공보(상)

세법 선생 2026. 2. 23. 09:00

2026년을 여는 첫 번째 판례공보에는 세 편의 조세판결이 실려 있습니다. 첫 번째 판결에는 별 것이 없지만, 그 뒤에 두 판결은 (유감스럽게도) 비판할 것이 대단히많습니다.

 

1. 대법원 2025. 11. 6. 선고 202136202 판결

 

조세조약에서 이자나 배당, 사용료소득 등에 대한 원천지국의 과세권을 제한하고자 할 때에는, 지급한 총 금액의 일정 비율 범위 내에서만 원천지국이 과세할 수 있다고 하는 세율의 상한’ – ‘제한세율이라는 말이 좀 더 일반적이기는 합니다 을 설정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대한민국 헝가리 조세조약에서는 일정한 직접 투자로 지급되는 배당소득에 5%의 과세 상한을 설정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문제된 배당을 지급한 우리나라 자() 회사 외국인투자기업 가 모() 회사에 지급하는 배당에 우리나라 세법에 따른 감면이 이미 적용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감면되고 남은 금액에 우리나라 법인세법이 정하는 원천징수세율 20%를 적용한 원천징수가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최종적으로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실제 우리나라에 납부된 세액이 배당금액 전부의 5%를 넘는지 여부가 문제될 따름이고, 국내법에서 따라 감면되고 남은 금액에 다시 조약의 5%를 곱한 금액만 과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함이 이 판결의 결론입니다. 특별히 논평할 것은 없는 듯합니다.

 

2. 대법원 2025. 11. 6. 선고 202532962 판결

 

(이 판결에 관한 아래 논평은 지난 학기 대학원 수업에서 사용한 수업 자료에 상당 부분 바탕하고 있습니다)

 

증여세의 포괄주의 과세가 구축한 법 체계와 그 의미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드는 판결입니다. 포괄주의란 요컨대 개별적·구체적 과세 규정 없이도 일반 조항에 근거하여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입법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 조항은 과세할 수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를 구별하는 상세하고 기술적(技術的)인 내용 법철학에서는 흔히 규칙’(rule)이라고 부릅니다 을 그 안에 담기보다는 이러한 구별의 기본 원칙(또는 규준 規準, standard)만을 제시하고 이를 과세관청과 법원이 구체적·개별적 사안에 맞추어 판단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우리나라 판례에서는 이것이 종래 과세에 구체적·개별적 부인 조항이 필요한가?”하는 질문으로 흔히 제시되고는 했습니다.

 

문제는 현행법의 이러한 원칙’, 또는 규준이 어떠한 것인지 하는 데에 있습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증여세법의 여기저기에 나타나는 정당한 사유라는 개념이 이러한 규준을 구성하는 의미를 가지는지가 문제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법원은 포괄주의 세제를 적용할 때 이러한 논리를 제대로 이해하거나 활용하지 않거나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만

 

사실관계는 비교적 간명합니다. 어떤 회사가 워크아웃대상이 되어 채권금융기관협의회은행 관리를 받게 되었으며, 그 결과 외부투자유치안에 따른 신주의 제3자 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때 주식 시가보다 낮은 발행가액으로 신주 발행이 이루어져(‘할인 발행’) 이 제3자에게는 일정한 이익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러한 이익이 증여세 부과 대상 상증세법 제39(1항 제1호 다목)에 따른 인지 여부가 이 사건의 기본적·표면적 쟁점입니다.

 

그리고 사실은 이 사건의 사실관계에 특유한 쟁점으로서) 신주 발행의 전반적 내용이 문제된 회사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결정된 것이 아니라 외부적 요인 – ‘은행 관리’ – 에 따라 정하여졌을 때 이러한 사정이 증여세 부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가 다투어졌다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포괄주의란 뭔가 편법적인 거래에 따라 발생한 이익에 증여세를 부과한다는 성격을 가진다는 이해 역시 널리 퍼져 있어서, 전적으로 외부적인 사정 때문에 이익이 발생하였다면 방금 말한 편법’ – 이익을 주기 위한 의 성격이 없지 않느냐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적인 차원에서 말하자면 원고나 원심 법원은 이를 정당한 사유의 존재라는 꼴로 주장한 듯하고, 현재의 법 제4조 제1항 제4호가 개별 조항 과세되는 증여 행위의 유형을 열거하고 각각의 유형에서 증여재산의 가액이 산정되는 방식을 제시하는 내용 이 적용될 때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언급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점 때문에 과연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여부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결국에 가서는 (포괄주의 아래에서도 다시) 법에 무어라고 쓰여 있느냐의 문제로 돌아간 셈이지요. 이렇게 되면 대법원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상당 부분 짐작이 됩니다.

 

즉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역시나 정당한 사유에 관한 언급이 개별 조항이나 이를 인용한 제4조 제1항 제4호에 없다는 지극히 기술적이고 형식적인 논거를 들어, 이 사건의 사실관계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과세할 수 없다는 원심 법원의 판시에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관련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사건 규정은, 법인이 증자를 위하여 신주를 발행함에 있어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발행하는 경우, 해당 법인의 주주가 아닌 자가 해당 법인으로부터 신주를 직접 배정받음으로써 얻은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을 그 이익을 얻은 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문언상으로특수관계인 간의 거래 여부’, ‘거래 관행상 정당한 사유의 존부등에 관한 아무런 기재가 없다. 구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4호 또한 이 사건 규정과 같이 개별 가액산정규정에 해당하는 경우 그 재산 또는 이익을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2호 및 제3호와 달리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간의 거래인 경우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없는 때에 한하여 증여세를 과세하도록 하는 내용을 두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조세법규의 엄격해석 원칙에 따라 구 상증세법 제4조 제2항 제2호 및 제3호의 단서와 같은 내용이 같은 항 제4호에 포함된 것처럼 이 사건 규정을 해석할 수는 없다.

 

 

이 부분은 대법원이 흔히 (‘레토릭삼아) 내세우는 이른바 엄격해석 원칙의 답습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미 그 동안 몇 번씩이나 지적한 내용이지만, 대법원은 어떤 이유에서든 법의 문구대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판단에 이르면 엄격해석 원칙을 내세우는 반면, 문언에 강하게 구속되지 않고 법 전체의 체계나 입법의도 등을 고려하여 판단할 때에는 엄격해석 원칙을 슬며시 접곤 합니다. 이를테면 엄격해석이 원칙이지만 엄격해석을 하지 말아야 할 때에는 엄격해석 대신 목적론적 해석이나 법의 체계, 입법의도를 고려한 해석을 할 수 있다는 식이랄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 명제는 그저 뭔가 다른 이유에서 이미 내려 놓은 결론을 되풀이하는 것일 뿐 해석방법론적 전제로서는 별다른 가치를 갖지 못합니다. 그나마 좋게 이해하여 주자면 다른 해석을 하여야 한다는 확신이 없으면 문언을 앞세워 해석을 한다는 정도의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조금 더 상세한 것은, 윤지현, “‘과점주주’의 존재를 요건으로 하는 두 가지의 제2차 납세의무에 관한 대법원 판결들의 해석방법론 비판", 『조세법연구』, 27권 제1(2021) 참조)

 

아무튼 포괄주의 세제가 규칙중심이 아니라 규준중심의 법 체계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결국 포괄주의 세제에서 우리가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과연 어떤 경우에 개별 조항이 없더라도, ‘증여세의 부과 대상인 증여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이러한 의미의증여개념을 규정하는 원칙이나 규준은 어떤 것인지 하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는 정당한 사유개념이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도 이것이 그러한 증여개념의 일부를 구성하는지, 그렇기 때문에 일일이 개별 조항에서 규정하지 않더라도 마치 일반적으로 늘 존재하는 것처럼 새길 여지가 있는지, 정당한 사유란 무엇이고 이것이 포괄주의 아래 증여의 일반적 정의 조항 아래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분명히 하여야 합니다. 그러한 작업을 수행하지 않고서는 포괄주의가 가지는 법이론적 의미를 올바로 이해한 데에서 나오는, 제대로 된 결론을 도출할 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러한 논점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답을 모색하는 데에는 전혀 나서지 않은 채, 그리고 그러한 논점이 있다는 것 자체를 간과한 채 그저 익숙한 엄격해석의 수사(修辭, rhetoric) 뒤로 숨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음의 판시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위와 같이 법문 자체에 근거한 해석은, 앞서 본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의 도입 취지 및 그 이후의 개정 경과 등을 고려하더라도 동일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 이 사건 규정은 증여세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되기 이전부터 특수관계 유무에 관계없이 신주의 저가배정을 통해 제3자가 얻은 이익을 과세대상으로 삼아왔고,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의 도입을 계기로 과세대상이 확대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개별 가액산정규정에 해당하는 이 사건 규정이 정한 과세요건이 충족되는 한, 그에 따른 이익은 구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그대로 증여세 과세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아가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와 관련하여 도입된 구 상증세법 제4조 제1항 제2호 및 제3호가 개별 가액산정규정에 관한 같은 항 제4호와의 관계에서 일반조항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위 제2호 및 제3호의 각 단서 조항을 적용하여 개별 가액산정규정에 따른 이익에 대한 증여세 과세 여부를 달리 하여서도 아니 된다.

 

 

되풀이하여 말하자면 이 판결은 포괄주의 아래 개별 조항들이 가지는 의미가 어떠한 것인지, 그에 앞서 일반 조항 핵심은 우선 제2조 제6호이고, 이 판결이 중요시하는 제4조 제1항 각 호는 그보다는 논리적·체계적으로 하위(下位)에 위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 이를 과세의 최종적·궁극적 기준으로 하는 포괄주의가 가지는 의미 – ‘규준 기반의 입법’ – 가 어떠한 것인지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포괄주의는 그 전의 법에 비하여 늘 과세의 범위를 넓힌다기보다는(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오해입니다), 일반 조항에 따른 과세로 규정의 방식을 바꾼 데에 의미가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생각해 봅시다. 포괄주의를 낳은 문제 상황은 단순히 몇몇 사안에서 과세를 못했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 나아가 결코 이길 수 없는 경주와 같은 상황을 종식시키고자 하는 데에 있었던 것입니다. 결과적인 과세의 범위보다는, 과세의 대상이 되는 상황을 일일이 (‘규칙으로써) 정해 두어야 한다는 사고방식 자체가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대처는, 그저 과세의 범위를 넓히는데에서 나오지 않고, “과세의 범위를 원칙이나 규준으로 정하는것으로 비로소 가능하여집니다. 우리나라에서 원칙이나 규준과 같은 말이 법철학 문헌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나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실정이기에 이 용어들이 생소하지만 기실 포괄주의 입법의 배후에 자리잡은 사고방식은 바로 그와 같이 표현될 수 있는 것입니다.

 

또 그렇기 때문에 혹여 정당한 사유의 요건을 (해석으로) 부가(附加)하여 과세의 범위가 좁아지는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포괄주의에 어긋나는 결론으로 되지는 않습니다. 이 판결이 정당한 사유의 적용을 이 사건에서 요구한다면 포괄주의에 오히려 배치되는 듯 설시하는 것은 그 점에서 명백한 오류입니다.

 

 

이 사건 규정의 입법 취지는, 법인이 주주가 아닌 자에게 신주를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발행함에 따라 해당 법인의 기존 주주로부터 신주인수인에게 무상으로 이전되는 증자에 따른 이익에 대하여 과세함으로써 조세평등을 도모하려는 것이다(대법원 2025. 4. 24. 선고 202242228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주주가 아닌 자가 신주를 구 상증세법 제60조와 제63조에 따라 평가한 가액인 시가보다 저가에 배정받음으로써 이익을 얻은 이상, 주주와 신주인수인 간의 특수관계 여부 및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의 존부에 관계없이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이 이 사건 규정의 입법취지에 맞는 해석이다.

 

 

여기서 이 판결의 결론이 평등의 가치를 등에 업고 있는 듯 설시하는 것도 옳지 않습니다. 사실은 포괄주의 전체가 조세 평등과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포괄주의를 규준 중심의 법 체계답게 올바로 적용하는 것이야말로 널리 조세 평등을 제고하는 해석 방향입니다. 지금 대법원이 하는 것처럼 개별 조항들의 문구에 집착하면서 그 중 일부 조항에서만 조세 평등이 더 우선시되어야 하고 또 다른 조항에서는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더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평등을 추구하는 해석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때그때 (우연에 따라) 뇌리에 떠오르는생각 외에 각각의 경우를 일관성 있게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을 대법원은 제시하고자 한 적이 없고 이는 평등과는 반대의 방향으로 가는 태도입니다.

 

물론 실무가들에게 일반 원칙보다 개별 조항의 문구에 주목하는 태도는 때로 필요하고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포괄주의라는 일종의 거대 담론(談論)’ – 이것이 어떤 사회적 배경과 정치적 과정을 통해 도입되었는지 다시 떠올려 보면 좋겠습니다 을 다루고 있다면 좀 더 법 체계 전체를 조망하는 시각이 먼저 바탕을 이루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이 판결을 보면서 다시 한 번 하게 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포괄주의 해석론은 최근 10여 년 이상, 갈수록 원래의 입법의도에서 점점 더 벗어나는 길로 달려가고 있고 이에 관한 연구자들과 실무가들의 명확한 인식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밖에 흥미로운 것은, 그렇다고 해서 이 사건에서 원심의 결론 자체가 잘못되었고, 할인 발행이 이루어진 경위에 관계없이 증여세가 부과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이 판결이 취하지도 않는다는 점입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 기존 주주가 새로 들어오는 주주에게 이익을 넘겨 줄 의도’ – 곧 증여의 의사’ – 를 가지고 할인 발행을 한 것이 아니며(이를 정당한 사유에 포섭시키려 한 것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바로 이 점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역시 이 점을 잊지는 않고 있습니다.

 

 

한편 구 상증세법 제39조 제1항 제1호의증자에 따른 이익의 증여란 기존 주주가 자신의 지분비율에 따라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거나 그 권리가 배제됨에 따라 이를 인수한 제3자가 이익을 얻는 경우를 의미하므로,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에 관하여 애초에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이 법률상 미치지 않거나 이에 준하는 경우라면 위 규정의 적용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현물출자자에 대하여 발행하는 신주에 대하여는 일반 주주의 신주인수권이 미치지 않는다고 본 대법원 1989. 3. 14. 선고 88889 판결 참조).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266조 등에 기하여 법원이 인가한 회생계획에 따라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이 없는 상태에서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가 이루어질 경우 이 사건 규정 이 정한 증여세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아가 구 기업구조조정 촉진법(2014. 1. 1. 법률 제12155, 실효, 이하구 기촉법이라 한다)에 따라 협의회에 의한 공동관리절차가 개시되어 이루어지는 기업구조조정(이른바 워크아웃)은 채무조정 등을 핵심으로 하는 경영정상화계획을 세워 기업을 회생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경영정상화계획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기존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상태에서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가 이루어지고 그것이 회생계획에 따른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에 준한다고 평가될 때에는, 발행되는 신주에 관하여 기존주주의 신주인수권이 존재함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규정은 마찬가지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리하여 법에 따를 때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이 아예(‘애초에’) 생기지 않는 경우라면, 3자 배정이 이루어지더라도 기존 주주가 새로운 주주에게 재산·이익을 이전하여 주었다고 할 수 없다는 이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대법원이 신주인수권이 있는데 권리자가 포기하거나 행사하지 않은 경우애초에 없는 경우를 구별하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그리고 사실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질문이지만 그러면 이것은 과연 엄격해석인지도 한 번 곱씹어 볼 기회가 됩니다).

 

아무튼 여기서 포괄주의 아래 증여개념에 관한 또 하나의 중요한 논점이 나타납니다. (어느 쪽이든 간에) 할인 발행의 결과 기존 주주가 가지고 있던 재산가치 중 일부가 새로운 주주에게 이전되는 결과는 분명히 드러나지만, 만약 이러한 의도가 기존 주주에게 존재하지 않았고 일반적으로 “‘의도가 없다면 행위도 없었다고 해야 할 터이므로, 결국 증여가 없었다는 말이 될까요? 이 결과는 증여의 일반적 정의에 증여 의사가 포함되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통하여 도출해 낼 수 있지 않을까요? 포괄주의를 규준 기반의 입법으로 이해하자는 입장에서는 바로 이와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게 될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포괄주의 해석론은 바로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대법원의 논리 전개와 비교하면 이쪽이 말할 나위도 없이 우월합니다.

 

 

이러한 취지에 비추어 이 사건 규정을 적용하는 경우, 구 기촉법상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루어진 제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가 채무자회생법상 회생계획에 따라 이루어진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에 준한다고 볼 것인지는, 유상증자가 경영정상화계획에서 미리 정해진 대로 경영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수단으로 이루어졌는지, 이와 같은 유상증자가 기존주주의 의결권과 경영권이 제한된 상태에서 협의회의 관리ㆍ감독 하에 이루어졌는지, 주주총회 결의나 자본감소 등을 통해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하는 조치가 선행되었는지 및 관련 법령에서 정한 신주의 발행절차가 준수되고 신주발행 가액이 객관적인 방법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되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기업구조조정의 전 과정을 전체적ㆍ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결국에 가서는 전체적으로 보아 할인 발행이 이루어진 데에 경영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사정이 있었는지, 문제된 증자(增資)가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고 이때 신주발행 가액이 객관적인 방법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되었는지 등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라고 합니다. 여기에 이르면 이것이 도대체 정당한 사유판단과 무엇이 다른지 하는 의문이 떠오릅니다. 결국에 정당한 사유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면서도 애써 이것은 정당한 사유의 판단은 아니라고 강변(强辯)하는 느낌입니다. 원고의 주장과 원심 판결의 결론을 모두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 중간 과정에서 원고와 원심 판결이 정당한 사유를 입에 담았다는 것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나저나 이 모든 수고와 논리적 우회’(迂廻)의 출발점이 무엇이었을까요? ‘엄격해석 원칙은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지키고 싶은 수사(修辭)였을까요? 결론보다 그에 이르는 논리 과정이 꼬이고 꼬여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여러 모로 참 잘 이해가 가지 않는 판결입니다.

 

(그러다 보니 논평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역시 할 말이 많은 202534152 판결은 이어지는 별도의 포스팅에서 논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