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공보

2025년 12월 1, 15일자 판례공보

세법 선생 2026. 2. 16. 09:00

 

1.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454065 판결

 

첫 번째 판결은 국제조세 영역의 이전가격 세제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이전가격 세제의 핵심 개념인 정상 가격’(arm’s length price)은 법 개념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러한 기능을 실제로 수행하기 힘든 모호한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이해가 더 궁금한 사람은, 이창희 외 2, 국제조세법(4), 박영사, 2025, 333면 이하 참조.

 

어쨌든 이와 같이 이전가격 세제에 관한 법원의 판단은 개별 사안에서 그때그때 내려지는 것으로서 선례의 가치를 가지기가 힘든 것이 많습니다. 따라서 제3자의 입장에서 이러쿵저러쿵 논평하는 것에도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판결은 정상가격의 결정 방법 중에서도 특히 거래순이익률 방법(TNMM, transactional net-margin method)이라는 것을 사용하였고(흔히 말하는 전통적 거래 기반 방법의 사용이 현실에서 쉽지 않고, 다른 한편으로 이익분할법 profit-split method 의 사용이 상대적으로 흔치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가장 흔하게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이때 비교대상 거래의 선정 방법의 구체적 적용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내국법인인 자() 회사가 해외 모() 회사로부터 특정 물건을 사서 국내에서 재판매를 하는 거래에서 모자 회사 간의 거래 가격이 정상가격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되었고, 이때 국내 자회사가 고객에게 일정한 유지·보수 용역을 제공하는 것과 관련하여 해외 모회사로부터 지원 용역을 따로 공급 받은 것이 있는지 여부가 다투어졌습니다. 과세관청이 비교 대상으로 선정한 다른 회사들이 행한 거래에서는 이와 같이 따로 유지·보수를 지원하는 용역을 제공 받는 부분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 회사들이 얻은 순이익을 비교 대상으로 삼는 것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이 원심 법원의 판단이었고,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이러한 지원 용역의 존재가 특별히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여 과세관청의 비교대상 선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본 것입니다. 사실관계의 평가에 관한 것이라 더구나 특별히 논평할 만한 대상은 못 되는 것 같고, 사실 이전가격 세제에 관한 판결들은 대개 그렇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2.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467238 판결

 

이 호()에는 취득세 납세의무의 성립 여부, 또는 그 시기가 문제된 두 건의 판결이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 중 첫 번째의 것에서는, 자식이 아버지로부터 부동산을 증여 받되 그 임차보증금 반환 채무를 함께 인수 흔히 부담 부() 증여’ – 하였다는 사실관계가 배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취득세는 무상이든 유상이든 취득이 있으면 물론 납세의무가 생기지만, 무상취득의 경우 더 높은 세율이 매겨지고, 다른 한편으로 부담부 증여에 따른 취득은 취득과 함께 부담 곧 채무 을 인수하는 부분에 한하여 유상 취득으로 인정하고 나머지만 무상 취득으로 보기 때문에, 부담부 증여에서 유상취득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는지는 납세의무자에게 중요한 차이를 낳습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증여가 부모자식 간에 있었다는 점입니다. 아버지가 부담하고 있는 반환채무를 자식이 인수하는 내용의 법률행위가 비록 있기는 하였지만, 이 관계의 특수함을 감안할 때 겉으로는 이런 법률행위가 있었더라도 자식이 이 채무의 이행 부담을 정말로 지는지에는 의문이 남을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 자식이 자기 돈으로 이 채무를 이행하기 전에는 이 부담이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인지 의심하는 것이 어느 정도 당연하기도 합니다.

 

실은 논의의 범위를 조금 넓히자면 부모자식 간의 유상 양도 거래가 있다는 상황 자체가 수상쩍게 들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지방세법은 부모자식 간 유상 양도 거래는 실제로 대금이 지급되었다거나 지급되리라는 사실이 어느 정도 확실하게 입증이 되어야 그 존재를 인정한다는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이 판결이 인용하는 제7조 제11항 단서 제4). 다만 이 규정들은 채무인수보다는 일반적인 매매의 경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아서, 이를 그대로 채무인수가 있는 거래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예컨대 시가 1억 원의 부동산을 증여하면서 3천만 원의 보증금반환채무를 함께 인수한다면, 이 사람은 7천만 원 상당의 이익을 얻은 것이고, 반면 부동산 중 30%에 해당하는 부분은 채무 인수의 대가로, 그러니까 유상으로 취득하였다고 보는 데에 어려움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이 채무인수가 혹시 가장’(假裝)의 것이 아닌지 문제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는 이 사람이 이 1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취득하기 전에 별다른 재산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3천만 원의 채무를 당장 변제할 능력은 없을 수 있지만 이 3천만 원의 채무를 진다는, 일정한 경제적 부담을 새로 떠안게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원심도 이 점에 주목하여 판단하였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와 같이 인수한 채무를 당장 변제할 만한 능력이 수증자에게 따로 있었는지 여부를 묻고 있습니다. 꼭 그래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당장 변제 능력이 없더라도 어쨌든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는 재산을 넘겨주었다면 채무 인수가 반드시 허위의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채무 변제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전제를 스스로 세운 다음 (뭔가 불안했는지) 느닷없이 이것이 합목적적 해석에 해당한다면서 열심히 해석방법론에 관한 다음과 같은 일반론을 내세웁니다(처음 보는 설시는 아닙니다).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조세법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하여야 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확장 · 축소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지만, 법규 상호 간의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를 명백히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조세법률주의가 지향하는 법적 안정성 및 예측 가능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입법 취지 및 목적 등을 고려한 합목적적 해석을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대법원 2025. 2. 27. 선고 2023두3754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이러한 설시가 꼭 필요했는지 의문이 듭니다. 많은 조세소송 사건에서 해석론을 좌우하는 것이 결국 해석방법론의 문제라는 것은 저도 늘 절감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미 여러 번 지적하였듯이 이런 식으로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식의 일반론을 되풀이하는 것에 큰 의미가 없는 데다가, 계속하여 살피듯이 이 사건에서는 이 판결이 이야기하는 법규 상호 간의 해석이 제대로 이루어졌다고 좋게 평가하기도 어려울 듯합니다.

 

제가 보기에 중요한 것은 역시나, 자식이 부모의 채무를 정말로 넘겨 받았다고 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정말로 넘겨 받았다면 (당장 그 돈을 갚을 능력이 따로 있든 없든 간에) 그것이 유상의 취득이 아니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지방세법의 규정을 합목적적으로 해석하겠다고 한다면, 바로 이 점을 적절히 고려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었을 터입니다. 그에 비하면 다음의 설시는 별로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납세자로 하여금 대가의 지급 또는 채무의 부담에 관해 납세자 스스로의 소득과 재산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하도록 명시한 지방세법 제7 제12항 단서나 같은 조 제11항 단서 제4호 각 목의 내용과 취지, 유상취득과 무상취득의 구별은 원칙적으로 취득세 납세의무의 성립 시점을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증여자의 채무를 인수하는 부동산 등의 부담부증여에서 지방세법 제7 제11항 단서 제4호의 '그 대가를 지급한 사실이 증명되는 경우', 수증자가 해당 부동산 등의 취득 시점을 기준으로 인수한 채무를 변제하기에 충분한 소득이나 재산을 갖추고 있어, 그 채무인수로 인하여 당초 채무자인 증여자가 해당 채무 부담을 실질적으로 면하게 될 뿐만 아니라 그 부담이 다시 증여자에게 전가되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여기서 수증자가 증여자로부터 인수한 채무를 변제할 충분한 소득이나 재산을 갖추고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지방세법 제7 제11항 단서 제4호 다목에 따라 취득 이전에 이미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과세 받았거나 신고한 경우로서 그 상속 또는 수증 재산에 해당하는 때를 제외하고는, 수증자 본인의 소득과 재산만을 가지고 살펴야 하고, 부담부증여의 목적물인 해당 부동산 자체를 고려해서는 아니 된다.

 

 

이 부분 설시는 지방세법이 채무 인수의 방법으로 매수 대가를 치른 경우를 별로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음을 드러낼 따름 같습니다. 방금 말했듯이 채무 인수가 진정한 것이라면 이것을 유상 취득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유상 취득의 개념을 두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분명 다릅니다. 다만 지방세법 조항은 당장 매수인에게 돈 낼 능력이 있는지를 주로 살피고 있고, 그것이 없다면 어쨌거나 장래에 스스로 빚 갚을 능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무시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 그 타당성에는 의문이 있습니다 를 그냥 따르면서 굳이 여기에 합목적적 해석이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유상 취득이라는 말의 일반적 의미에 불구하고 왜 이러한 결과가 타당한지를 살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여기에 제시된 논거는 지방세법에 그저 그 정도의 이야기들만 적혀 있기 때문이라는 정도가 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합목적적 해석이라는 말이 무색한 순환논법 같은 것이지요.

 

다시 말해 이 판결의 논리는 이를테면지방세법에 그 정도 이야기만 나오니 취득세에 관한 한 그 범위 안에서만 유상 취득으로 인정해 주겠다는 정도의 것입니다. 이 말은 더 따지고 보면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합목적적 해석은 아니고 이 판결이 언급하고 있는 입법 취지나 목적과도 무관합니다. 오히려 지방세법의 (아마도 부족한) 입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가운데 하나의 해석론을 제시하는 것이어서 합목적적 해석과는 대척점(對蹠點)에 선 결과입니다. 요컨대 이 판결의 판시는 스스로 채택한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어떤 내용을 논증해야 하는지, 그러한 논증이 어떤 성격의 것인지 제대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3.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533508 판결

 

법인 아닌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이 사업 일체를 현물출자하면서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를 세법에서는 종종 법인 전환이라고 일컫고, 이때 현물출자된 사업용 자산에 쌓여 있는 미실현이익의 과세로 인한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바로 그러한 일이 벌어졌는데 공교롭게도 법인의 설립 등기는 특히 취득세와 관련된 세법이 개정된 후에 마쳐졌습니다. 따라서 이 취득세 납세의무에 개정 전과 후, 어느 세법이 적용되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판결도 적고 있듯이 취득세 납세의무의 성립 시기는 취득이 있은 때이고, 법적 의미에서 취득이 있기 전이라도 사실상 취득이 있으면 취득세 납세의무는 성립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것은, 법 개정 전에 원고 출자자 가 현물출자를 전제로 새로 설립되는 법인의 보통주식을 인수한 부분입니다. 사실은 인수했다기보다는 인수하는 법률행위를 하였다는 정도로 썼으면 조금 더 의미가 분명했을 것 같기는 합니다. 아무튼 납세자의 입장은 이 시점에서 사실상 취득이 있었다는 것인 듯합니다.

 

사실상 취득개념은 특히 부동산이라면 관련 등기를 마치지 않아 법적 의미에서 권리 취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여도 대금을 다 지급하였으면 그 시점에서 취득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서 사용됩니다. 여기서는 대금의 지급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취득이 있었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습니다만, 현물출자에서 대금 대신 수령하는 것은 주식이라는 법적 지위인데 주식이란 회사가 없으면 생각할 수 없는 것이고, 회사 하나의 법적 존재입니다 가 있다고 하려면 설립등기를 마쳐야 한다는 생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판결은 그러므로 주식을 인수하기 위한 법률행위를 했다는 것만으로 사실상 취득이 있다고 볼 수 없고 회사가 설립되고 따라서 주식이라는 법적 지위가 형성된 시점에서 비로소 사실상 취득이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 판결은 이러한 논리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습니다(중간에 나오는 주식을 교부받았다는 말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이고 앞에서 말했듯이 신주 인수를 위한 법률행위를 하였다는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소외인이 발기인으로서 2020. 4. 14. 원고의 보통주식을 교부받았다는 것만으로 원고가 현물출자를 받기로 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반대급부가 전부 이행되었다고 할 수 없고, 소외인이 원고에 대한 주주 지위를 얻게 되는 원고의 설립등기일인 2020. 8. 12.에야 비로소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현물출자로 취득하는 데 대한 반대급부의 이행이 이루어져, 그때 이 사건 부동산의 사실상 취득에 따른 취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4. 대법원 2025. 10. 30. 선고 202533647 판결

 

20251215일자 판례공보에 실린 한 건의 판결입니다. 2025년 판례공보의 마지막 조세판결인 셈이네요. 그렇다고는 하나 특별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고, 우리 세법에서 자기주식의 취득이나 양도 거래가, 그 성질에 비추어 자본거래로 취급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많이 힘이 실리고는 있지만, 판례에서는 여전히 일반적인 자산의 거래와 마찬가지로 다루어진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된 판결입니다.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자기주식을 취득하였다가 다시 특수관계인에게 양도한 거래에서 이 자기주식의 시가는 일반적인 방법 즉 상증세법이 정하는 비상장주식의 보충적 평가방법 에 따라 평가되어야 하고 특별히 다른 취급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방금 말했듯이 이는 대법원의 일관된 이해입니다. 다음의 설시 부분이 이에 해당합니다.

 

 

자기주식은 상법 제341, 제369 제2항 등에 의하여 취득이 제한되고, 의결권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등의 특성도 있지만, 소각을 위하여 취득한 자기주식이 아닌 한 상당기간 내에 처분하여야 하므로, 이와 같이 처분을 전제로 발행회사가 일시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불과한 경우 양도성과 자산성 측면에서 다른 주식회사가 발행한 주식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의 자기주식의 취득과 처분은 순자산을 증감시키는 거래로서 법인세 과세대상인 자산의 손익거래에 해당한다(대법원 1992. 9. 8. 선고 91누13670 판결대법원 1995. 4. 11. 선고 94누21583 판결 등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