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공보

2026년 1월 1일자 판례공보(하)

세법 선생 2026. 2. 24. 09:30

(앞에서 계속)

 

3. 대법원 2025. 11. 13. 선고 202534152 판결

 

세법에서 과세대상인 소득으로 평가되는 경제적 이익을 일단 얻었다가 그 후에 어떤 이유에서이든 이를 상실하는 경우 소득과세를 어찌할지 하는 문제는 기간과세 체계를 채택하고 있는 세제에서 근본적으로 다루기 매우 까다로운 문제입니다. 어느 과세기간에 일단 소득이 생겼다면 그 과세기간에서는 납세의무가 일단 성립하게 될 텐데, 문제는 그 후의 다른 과세기간에 이러한 납세의무를 낳은 바로 그 이익그대로 상실된 경우 작은 따옴표를 쳐 놓은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판단도 쉽지 않습니다 에 이미 성립한 납세의무를 어떻게 할지 하는 것입니다(만약 이익 상실이 같은 과세기간에 일어났다면,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지만 아마도 이때에는 처음부터 납세의무가 성립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여러 주장을 할 수 있을 테지만, 아무튼 2010년대의 대법원 판결에서 눈에 뜨인 것이, 결국에 가서 이익이 상실되었다면 기() 성립한 납세의무를 그대로 둘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대손(貸損)과 같이, 이러한 이익 상실을 별도의 사건으로 보아 그 시점의 소득을 감소시키도록 하는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이때에는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2항이 정하는 후발적 경정청구를 통하여 과거의 납세의무가 사후적으로 소멸되었음을 확인 받을 수 있음을 드러내는 판결들이 여럿 나왔습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받은 뇌물 소득세법에서 기타소득의 한 경우로 정하고 있는 을 몰수·추징당한 경우 소득세 납세의무를 두고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는 2015년의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20145514). 이 무렵의 대법원은 이처럼, 국세기본법 관련 규정을 예시(例示)로 새기면서 명확하게 법이 정하고 있지 않은 영역에서도 후발적 경정청구를 상당히 과감하게 활용하였고, 소득으로서 과세대상이 된 경제적 이익을 해당 납세자가 궁극적으로, 계속하여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 점에 관해서는, 윤지현, “’후발적 사유에 기한 경정청구가 인정되는 요건에 관한 소고(小考)”, 세무와 회계연구 제6권 제3(2017) 참조.

 

또 어찌 보면 결국에는 이익이 없으면 과세 없다는 식의, 직관에 충실한 판단을 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쓴 글 중에, 한국세법학회 창립 2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담은, “국세기본법에 따른 실체법절차법 체계하에서 정확한 담세력에 따른 과세를 어디까지 추구할 수 있는가? ― 몇몇 대법원 판결들을 중심으로”, 조세법연구 제22권 제3(2016) 는 그때까지의 대법원 입장 꼭 후발적 경정청구에 국한되지 않는 을 이러한 견지에서 파악하려 한 시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2020년대에 들어오면서 이러한 경향에 대한 반() 작용인지 반성적 고려인지, 후발적 경정청구의 적용범위를 넓히지 않으려고 하는 새로운 태도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후발적 경정청구란 대체로 말하여 납세의무가 확정된 후의 사정 변경을 조세법률관계에 반영시킬 수 있는 절차법적 통로라고 할 수 있는데, 법적 안정성을 존중한다고나 할까, 그러한 통로를 좁히는 방향의 판단이 갈수록 많이 나온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특히 문제는 그러한 판결들의 논증 과정이 대체로 부실하거나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데에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몰수·추징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대법원은 뇌물과 같은 위법소득이 발생한 경우 그에 해당하는 사실상의 이익이 박탈될 가능성이 법질서에 내재되어 있고, 이러한 가능성의 실현으로 이익을 상실한다면 후발적 경정청구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앞에서 쓴 애매한 표현으로는, 얻은 이익 그 자체가 그대로 상실된 결과라는 의미로 이러한 법질서 내재운운하는 말을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판례 형성의 과정에서 드문 일은 아니지만, 그 후의 관련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와 같이 스스로 만들어 낸 법질서 내재의 개념을 스스로 다시 해석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고, 때로는 미리 내려 놓은 결론에 논증을 꿰어 맞추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과정에서 점차 그러한 해석이 납득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에 대법원은, 많은 연구자들의 예측을 뒤엎고, 몰수·추징 전합(全合) 판결에 불구하고 횡령한 재산 역시 위법소득의 범주에 듭니다 을 임의로 반환할 때에는 후발적 경정청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6. 17. 선고 202125346 판결. 이 판결에 대한 제 초기 반응은 이 블로그의 2024년 8월 1 판례공보 횡령과 소득세 - 법률신문 칼럼 (6) 참조. 조금 더 생각해 본 다음의 반응은, 윤지현 횡령한 재산을 피해자 법인에 반환하였을 때 생기는 소득과세의 문제대법원 2024. 6. 17. 선고 202135346 판결”, 세무와 회계연구40, 2024). 조금 거칠기는 해도 아무튼 앞에서 쓴 표현을 다시 한 번 사용하자면, 이러한 경우는 얻은 이익 그 자체를 그대로 돌려준경우가 아니라고 본 듯합니다. 왜 그럴까요? 좋게 이해하자면, 범죄가 적발된 다음 양형(量刑)에서 유리한 고려를 얻기 위해 그러한 결심을 한 결과이므로 몰수·추징처럼 그냥 빼앗긴(또는 그대로 돌려준’) 경우와는 다르다는 이해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명 강제로 빼앗긴 경우임에도 역시 후발적 경정청구를 부정한 사례가 나왔습니다.

 

이 판결의 배경은 2008년에 도입된 약칭(略稱) 부패재산몰수법이고 그 입법 의도를 두고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설시하고 있습니다.

 

 

위 몰수 · 추징 제도는 검사가 공소제기된 범죄사실과 관련하여 그 범죄사실 피해자로부터 취득한 재산 또는 그 재산의 보유 · 처분에 의하여 얻은 재산인 '범죄피해재산'을 몰수 혹은 추징한 다음, 이를 다시 피해자에게 환부하여 특정 범죄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입은 재산상 피해를 회복시키기 위한 제도이다.

 

 

여기서 보듯이 일정한 범죄로 얻은 수익을 국가가 범죄자로부터 우선 몰수·추징함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범죄 수익 곧 위법소득 의 몰수·추징이라는 면에서, 이러한 몰수·추징에도 앞에서 살펴본 몰수·추징 전합 판결의 법리가 당연히 적용되어야 할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런데 이 판결은 뭔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횡령금의 경우에는 뇌물 등 위법소득과 달리 원칙적으로 피해자환부 또는 교부의 대상이 될 수 있을 뿐이고, 그 반환 여부 또는 반환을 위한 구제절차의 진행 여부 등도 귀속자나 피해법인 등 당사자의 의사에 크게 좌우된다. 특히 법인의 실질적 경영자가 가담하여 사외유출한 횡령금의 경우 피해법인이 자발적으로 그 반환을 구할 가능성을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그 소득에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근본적으로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횡령범행으로 인하여 그 법인의 실질적 경영자에게 귀속된 금액에 관하여 일단 소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한 이상, 사후에 그 귀속자가 소득금액을 피해법인에 환원하였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이를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문제된 돈이 횡령금이라는 점인 듯합니다. 횡령금의 임의 반환이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가 되지 않았으니, 그 몰수·추징도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뇌물의 몰수·추징이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라고 한 적이 있으니, 이를 뒤집지 않는 한 방금 말한 결론이 간단히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다시 내재된 상실가능성운운하는 판례의 의미를 더 파고 들어갑니다. 방금 말했듯이 법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법을 해석하기 위해 제시했던 판례의 문구를 다시 해석하는 단계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이때 이 말이 처음 사용되었던 때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야기는 처음과 다른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위법소득의 경우 상실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처음부터 그럴 듯하게 들리기는 해도 의미가 모호한 말을 사용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아무튼 위법소득의 과세에 관한 기존 논의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는 위법 행위가 있으면 법질서가 그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게 마련이고 따라서 당위’(Sollen)에 어긋난 사실’(Sein) 상태는 법질서의 작용으로 제거될 수밖에 없음을 가리킨다고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당장은 경제적 이익을 누리고 있는 사실이 있어서 이를 소득으로 보아 과세대상으로 삼을 수 있지만, 이 이익은 마냥 그대로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민사가 되었든 형사가 되었든 간에 토해내야 할 당위가 있는 것입니다(이것이 이 이익이 위법하다는 말의 의미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당위가 현실에서 실제로 구현 사실로 변화 되면 적어도 지금의 시점에서는 더 이상 그 사람이 얻은 경제적 이익 전부를 소득으로 보아 과세한다는 결과는 타당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습니다(그 전에 실제로 누린 이익에 관한 과세 문제를 별개로 한다면). ‘상실가능성의 내재’, 그와 같이 내재한 상실가능성실현과 같은 말은 모두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사고방식 아래에서라면, 특히나 받은 이익이 몰수·추징된 경우라면 어떤 논리를 짜내더라도 이것이 내재된 상실가능성의 실현이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받은 이익을 돌려주어야 할 당위’, 또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이 종종 있다고 해서, 당위에 따른 사람, 의무를 이행한 사람이 택한 행동에 대한 법적 평가가 바뀌어야 할 이유 역시 떠오르지 않습니다. 요는 이러한 이익의 상실가능성 내재란 말이 근본적으로 법적 논리에서 나온 것이고 이것이 현실적으로 잘 이행되지 않는다고 하여 상실가능성 내재의 경우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뇌물을 받은 사람의 전부가 다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고 실제 몰수·추징이 이루어질지는 수사기관의 역량과 그때그때의 상황에 달려 있다고 하여 그것이 상실가능성 내재의 경우가 아니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방금 인용한 대법원 판결의 부분은 근본적으로 결론을 미리 내려 놓고 억지로 가져다 붙인 논리라고밖에 이해할 수 없는데, 그러한 결론에 먼저 도달할 수 있게 한 숨겨진 생각이 무엇인지가 궁금할 따름입니다.

 

한 가지 짐작은 재산 범죄가 적발되면 형사처벌에서 유리한 취급을 받으려고 장물(贓物)을 반환하거나 피해를 배상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때 이미 성립한 소득세 납세의무가 영향을 받는 것이 마땅치 않다는 생각이 현재의 대법원 구성원들 사이에서 확고하게 자리잡은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이익을 얻은 사건과, 그 이익을 상실한 사건이 모두 발생하였을 때 기간과세 체계에 관계없이 이 둘을 뭉뚱그려 과세를 하지 않을지, 아니면 각각 별도의 사건으로 따질지를 정하는 것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계속 언급하고 있는 몰수·추징 전합 판결은 결국 전자(前者)의 방향을 선택한 것인데, ‘횡령금을 소재로 하는 최근의 판결들 이 판결을 포함해서 은 후자(後者)를 노골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의심은, 아무래도 대법원이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다는 데에 있는데, 전합 판결의 결론을 부정하는 데에 부담을 느끼다 보니 애꿎은 상실가능성 내재의 개념을 이리저리 마구 뒤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최근의 대법원 판결 경향에는 여러 가지 논박할 거리들이 많고, 결과적으로는 후발적 경정청구의 적용범위는 전에 비하여 자꾸 좁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이 판결에 관한 논의는 이 정도로 해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