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zon.com: 세법 법에서 논란: A Matter of Perspective (Controversies in American Constitutional Law): 9781472414922: Infanti, Anthony C.: 도서
비교적 최근에 구입한 책인데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아서 이번 학기 수업 교재로 사용할 계획을 세웠고 덕분에 방학 동안에 죽 한번 시간을 들여 읽어보았습니다.
미국 세법학에서 논란이 되는 논점을 여섯 개 정도 추출하고,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두 편씩의 글을 짝 지어 책을 만들었습니다. 세법 공부를 할 때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논점들이 선정되어 있고 글의 내용도 대부분 비교적 친절하게 서술되어 있어서 공부하면서 읽기에 좋은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열 두 편의 글이 실린 책 치고는 250 페이지 정도로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기도 합니다. 책은 그리 비싸지 않기도 하지만, 서울대 도서관 웹사이트 이용자는 온라인에서 PDF 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 논점은 크게, 가족이나 양성(兩性)의 역할에 대한 시각이 세법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텐데, 첫 번째 글은 약간 특이하게도 20세기 전반의 ‘가정(경제)학’(home economics)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고 있고, 두 번째 글은 잘 알려진 소득세의 (인적, 人的) 과세단위에 관한 것입니다.
Retaking Home Economics: Gendered Perspective on Tax Equity – Carolyn C. Jones
Gendering the Marriage Penalty – Stephanie Hunter McMahon
두 글 모두 여성에 의해 쓰였고 젠더법학적 사고가 상당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 논점은 내재적 소득(imputed income), 특히 주택의 내재적 소득 과세를 둘러 싼 찬반 양론(兩論)을 다루고 있습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선진국 어디에서나 문제되고 있는 주택에 대한 과세 전반을 배경으로 이 문제가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흥미로운 글들입니다.
Income Imputation: Toward Equal Treatment of Renters and Owners – Henry Ordower
Imputed Rental Income: Reality Trumps Theory – Steve R. Johnson
과거에는 중산층을 두텁게 조성해서 정치적 안정을 꾀한다는 생각에 주택 소유를 장려하는 경향이 분명 있었습니다만, 더 이상 그러한 정책적 의도가 의심의 여지 없이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논점은 기업회계와 세법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하는 것입니다. 세법이 가능하면 기업회계의 입장이나 발전 상황을 쫓아가거나 반영할 필요가 있을지, 아니면 독자적인 길을 가는 것이 기본적으로 옳은지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Perspectives on the Relationship Between Financial and Tax Accounting – Lily Kahng
Is It Time to Abandon Accrual Accounting for Tax Purposes? – Adam Chodorow
논의의 방향이 아주 포괄적이거나 일반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각각의 국면에서 기업회계의 방향을 좀 더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거나 아니면 기업회계의 영향이 세법을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가고 있다거나 하는 상황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네 번째의 논점은 파트너십 과세입니다. 파트너십 과세는 미국 세법에서도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으로 악명 높은 분야인데, 이 상황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진단과 처방을 달리하는 두 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A People’s Subchapter K – Andrea Monroe
Economic Justification for Flow-Through Tax Complexity – Bradley T. Borden
먼로의 글은 기본적으로 파트너십 세제를 지금보다 훨씬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고, 보든의 글은 파트너십 세제가 이해하기 어려운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현재의 세제는 그러한 이유와 무관하게 섣부르게 이질적인 요소들을 생각 없이 도입한 데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쪽은 좀 더 쉬운 세제를, 다른 한쪽은 이론적으로 좀 더 일관된 세제를 요구하고 있는 셈입니다.
다섯 번째 논점은 법인세. 브라우너는 그의 지론(持論)에 따라 법인세 폐지를 주장하고 있고, 이 책의 편집자이기도 한 인판티는 가족과 법인 간의 ‘평행 이론’이라는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Should Corporations Be Taxpayer? – Yariv Brauner
Of Families and Corporations: Erasing the Public-Private Divide – Anthony C. Infanti
가족과 법인 모두 단순한 사람들의 집합에 그치지 않고 그 결합으로 인하여 ‘집합 이상의 무엇’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데, 막상 세제가 둘을 다루는 태도는 자못 다르다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 – 여러 분야에 걸친 ‘시리즈’입니다 – 에 ‘관점’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마지막 여섯 번째 논점은 (우리 법의 용어로 말하자면) 상속·증여세인데, 조금 일반화시키자면 무상의 재산 이전에 대한 세금입니다. 여기서는 “transfer taxation”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Norms and Transfer Taxes – Joseph M. Dodge
Portability, Marital Wealth Transfers and the Taxable Unit – Bridget J. Crawford & Wendy C. Gerzog
닷지의 글은 이 분야의 미국 세제 전반에 관한 이론적 동향을 두루 살필 수 있는, 그런 점에서 공부하기에 좋은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크로포드와 거조그가 함께 쓴 짧은 글은 상속증여세제가 부부 관계를 다루는 특정 국면에 초점을 맞추다가 결국에 가서는 부부를 과세단위로 삼는 입법의 타당 여부에 관한 논의 – 첫 번째 논점의 두 번째 글이 다루는 – 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대부분 미국 대학 로스쿨에서 세법을 가르치는 교수들인데, 한국 사람들이 흔히 가고 싶은 ‘탑 10’이나 ‘탑 20’ 등급의 학교 이름은 저자 소개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읽을 만한 내용의 글들이 이 책에 실려 있고 그만큼 미국 세법학의 수준이나 저변이 높고 넓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논의들이 우리 세법학에도 더 많이 영감을 주고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당장 될 일은 아니지만 우선 이번 학기에 또 한번 함께 같이 힘을 내 보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