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제를 붙인 이 글은 "World Tax Journal"의 2019년 2월호에 실렸고,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의 크레이그 엘리프의 저작입니다. 엘리프는 이미 작년 연말의 최신작인 "국제조세 영역의 조용한 진화"를 이 블로그에서 살펴본 적이 있는,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는 국제조세 학자입니다.
'주요목적 기준'은 2017년 OECD 모범조약에 들어갔고 그 무렵 발효해서 지금껏 작동하고 있는 다자간 협약(MLI)에도 나타나는 중요한 개념입니다. 우리나라도 다자간 협약에 가입하였고 '주요목적 기준'을 선택하였기 때문에 이 기준은 실제 우리나라가 체결한 조세조약의 해석에서도 문제될 여지가 있습니다.
지난 번 "국제조세 영역의 조용한 진화"와 달리 이 글은 '주요목적 기준'과 관련된 논점들 - 배경, 연원, 전체적인 해석의 방향, 개별 요건들의 해석, 법률효과 등 - 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훑어가는 방향의 글이고 저자의 어떤 독자적인 견해나 통찰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여러 논점들을 대략 빠짐없이 살펴보고 있으므로 주요목적 기준에 관한 정보를 얻기에 좋은 글입니다.
'주요목적 기준'이 채택된 경위나, 다자간 협약을 통해 다수의 조세조약 해석 적용에서 동시에 고려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이 '주요목적 기준'의 해석이 모든 나라에서 같은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당위성을 먼저 강조하고 있습니다(다만 그게 얼마나 현실적인 바램일지 의문이라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만 어쨌든 정말로 '가능하다면' 그러한 공통의 해석이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바래볼 수는 있을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OECD 주석서의 사례들이 도움을 주어야 하지만 때로 그 사례들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조심스럽게 하고 있습니다(이창희 선생 외 2인 공저의 '국제조세법' 교과서에는 훨씬 더 직접적인 비판이 나와 있습니다). PPT와 국내법의 일반적 조세회피방지 규정 간 관계라는 까다로운 논점에도 그렇게 분명한 결론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유의해야 할 것은 여기서 말하는 '목적'이 납세의무자의 '주관적 목적'이 아니라 해당 거래 행위 자체의 '객관적 목적'이라고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납세의무자의 주관적 목적을 알기 어려우므로 해당 거래 행위 자체를 놓고, 그 '행위의 목적'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 OECD의 입장이고 그것이 옳다고 합니다. 우리 같으면, '목적'이란 '주관적'인 것일 수밖에 없지만, 스스로 '목적'이 있다고 털어 놓지 않는 한(대부분 그럴 리는 없으니) 결국 여러 가지 주변 상황을 두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할 텐데요... 조금 다르게 설명을 하고 있고, 실제로 영어에서는 "purpose"니 "intent"니 "motive"니 하는 말이 혼용되기 때문에 더 헷갈리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주요목적 기준'에 관한 조약 문구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조약의 혜택을 받을 목적의 거래 행위가 있으면 안 된다고 우선 선언하고, 대신 그러한 경우에도 조세조약의 '대상과 목적'에 부합한다면 혜택을 부여할 수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혜택 부여의 요건이 '단서 조항' 같은 형태로 붙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의 주장 증명책임이 납세자에게 있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이것이 납세자 쪽에 너무 불리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이 글은 이러한 논란을 소개하면서 그에 대한 결론 역시 그렇게 명확하게 제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주요목적 기준'을 액면 그대로 따지면 세금을 줄일 목적 말고 다른 사업상의 정당한 목적이 있더라도 세금을 줄일 목적이 충분히 '주요'한 것이라면 조약의 혜택을 부인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부분은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고, 실제로 OECD가 제시한 사례들 중에도 그러한 논리를 일관성 있게 적용하지 않은 것들이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곧 따로 소개하려고 하는 벨기에의 뤽 드브뢰 등의 글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엘리프도 이 경우 해당 거래행위에 조약의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조약의 '대상과 목적'에 어긋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주요목적 기준'의 해석론에서 여전히 불명확한 부분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내법의 일반적 조세회피방 규정인 실질과세 원칙의 적용에서 조세회피의 목적이 (반드시 분명한 것은 아니지만) 유일하거나 다른 사업상 목적을 압도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듯 보여서 계속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글의 결론도 역시 애매한데(그럴 수밖에 없는 점이 있습니다만), 아무튼 모든 나라가 주요목적 기준을 동일한 방식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 기준이 사용하는 불확정개념이나 그에 관하여 아직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점이 많음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