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공보

2025년 5월 1, 15일자 판례공보

세법 선생 2025. 8. 14. 12:45

판례공보 51일자에는 조세판결이 한 건, 515일자에는 세 건이 있습니다만, 그 중 5월 15일자의 두 건을 살펴봅니다.

 

(간단하게만 일러두자면, 5월 1일자의 대판 2025. 3. 13. 24두54935 는 본세의 부과처분을 할 때 10년의 제척기간을 적용 받았다면, 이때 그 10년의 기간 내에는 신고와 납부 관련 가산세도 당연히 함께 부과할 수 있다는, 역시나 당연한 내용입니다. 별로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는 내용인데, 누가 법 체계를 꼬치꼬치 따져가면서 그런 결과가 당연히 도출되는 것인지 '도전'을 해 본 듯합니다.)

 

1.     대판 25. 3. 27. 2337896

 

법인이 농지를 취득한 다음 제3자에게 전매하여 양도차익을 얻는 사업을 하고자 했다는 것 같고, 다만 농지여서 법인이 이처럼 취득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던 듯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법인이 이러한 양도차익을 얻으면 일반적인 법인세 외에 () 사업용 토지에 대하여 법인세법 제55조의2에 따라 추가로 부과되는 법인세 부담을 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피해가고자 개인들을 내세워 농지를 취득하였다가 제3자에게 양도하는 형식을 취하였고, 다만 이 법인은 이 양도차익의 대부분을 분양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명목상 거래 당사자인 개인들로부터 수취하였다고 합니다.

 

과세관청은 문제된 농지 거래의 효과가 실질적으로 법인에게 귀속된다고 보았고 그 근거로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을 원용하였습니다. 원심 법원은 과세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 판결에서 대법원이 다시 원심 판결을 파기한 것입니다.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이 거래를 바라볼 때 실제의 거래 당사자는 법인이고, 양도차익의 일부라는 형식으로 개인들이 가져간 돈은 오히려 이런 거래에 가담한 데 대한 수수료라고 재구성하였다고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 사실관계가 이러한 세법적 평가에 걸맞은 것인지는 더 상세한 사정을 알기 전에는 평가하기 쉽지 않겠습니다만, 흥미로운 것은 일반론입니다.

 

이 사건의 원고가 굳이 이처럼 번거로운 일 대법원의 로담코 판례에 따르면 형식과 실질의 괴리’ – 을 벌인 이유로는, 법인세법 제55조의2에 따른 추가 과세를 피한다는 의도와, 농지법 위반의 모양새가 드러나지 않게 한다는 의도, 아마 두 가지가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렇게 보면 이 사건의 형식과 실질의 괴리에는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과, ‘그 밖의 목적’, 이렇게 두 가지가 모두 존재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로담코 판례는 형식과 실질의 괴리가 세 부담을 감소시킬 목적에서 생긴 경우 그러한 형식을 부인하고 과세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만, 이러한 세 부담 감소 목적 외에 다른 사업상의 목적’(흔히 “business purpose”)이 있을 때에도 이러한 부인이 가능한지가 그 동안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제가 따져보고 있는 논점입니다만, 국제조세 영역에서는 OECD주요 목적 기준’(principal purpose test, PPT)이라는 것을 내세우고 우리도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면서, ‘로담코 판례가 세 부담 감소의 목적이라는 요건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부인을 통한 과세를 위해 그러한 목적이 유일할 것을 요구하는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곁들여져 있어도 세 부담 감소의 목적이 있기만 하면 되는 것인지 등에 대법원이 어떠한 입장을 취할지 더욱 궁금해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 판결은 궁금증에 대한 답을 일부 제시하고 있는데, 적어도 다른 목적에 위법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면 이 다른 목적이 있음을 내세워 실질과세 원칙에 따른 과세 – ‘부인’ – 를 피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다만 납세의무자가 위와 같은 행위 또는 거래의 형식을 취한 데에 사업상의 필요가 인정되더라도 그것이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반하는 불법적인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에 해당한다면, 이에 대하여 조세회피목적을 부인하는 것은 강행법규의 입법 취지, 과세형평 등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므로, 그러한 사업상의 필요만으로 조세 부담의 경감 외에 다른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아 조세회피목적을 쉽사리 부인할 것은 아니다

 

물론 정당하고 정상적사업상의 필요가 있을 때에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올지는 여전히 미지수이고 이 점에 관한 판단은 아직 유보된 상태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세회피목적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논점은 우리나라 세법에서 상증세법의 명의신탁 증여의제조항을 적용할 때에도 나타납니다. 이 조항은 실질과세 원칙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데, 이처럼 서로 관련이 없는 곳에서 나타나는 세 부담을 감소시킬 목적요건의 해석론을 앞으로 어떻게 운용해 나갈지도 관심사입니다.

 

한편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이 건이 꼭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의 해석론을 따져보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대법원은 이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이 조항의 해석에 관한 추상적 일반론을 (제가 알기로는 최초로)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습니다.

 

좀 깁니다만, 쪼개서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규정의 취지는 과세대상이 되는 행위 또는 거래를 우회하거나 변형하여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침으로써 부당하게 조세를 감소시키는 조세회피행위에 대처하기 위하여 그와 같은 여러 단계의 거래 형식을 부인하고 실질에 따라 과세대상인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로 보아 과세할 있도록 것으로서, 실질과세원칙의 적용 태양 하나를 규정하여 조세공평을 도모하고자 것이다.” --> 조항에는 3자를 중간에 끼우거나 여러 단계로 거래를 쪼개는 납세자의 시도에 언급하고 있는데, ‘로담코 판례 적용될 있는 여러 경우 하나를 규정하였다고 이해합니다. ‘형식과 실질의 괴리 생길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의 경우를 예시하였다고도 이해할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실질과세원칙은 사법(私法)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가장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적용될 있는 것은 아니고 그러한 정도에는 이르지 못하지만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하였다고 만한 조세회피행위의 경우에도 적용될 있다.” --> 로담코 판례에서 이미 확인된 입장입니다. 예전의 용례를 쓴다면 법적 실질설 아니라 경제적 실질설 통용되고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실질과세 원칙은 일반적 조세회피방지 규정’(GAAR)으로 운용될 있음을 분명히 하는 내용입니다.

 

규정을 적용하여 거래 등의 실질에 따라 과세하기 위해서는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행위 또는 거래의 형식이나 과정이 처음부터 조세회피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여 실질이 직접 거래를 하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를 것과 동일하게 평가될 있어야 한다.” --> 부분 설시는 처음 보는 같은데 정확한 의미는 조금 두고 봐야 같습니다. 14 3항에 한정된 해석론을 제시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고, 미국의 단계 거래 원칙’(step transaction doctrine) 관한 해석론 하나를 들여온 같기도 합니다. 일반론으로는 조항의 적용범위를 좁히는 방향의 서술이지만, 실제 사건에서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는 두고봐야 같습니다.

 

그리고 이는 당사자가 그와 같은 형식을 취한 목적, 3자를 개입시키거나 단계별 과정을 거친 경위, 그와 같은 방식을 취한 데에 조세 부담의 경감 외에 사업상의 필요 다른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 각각의 행위 또는 거래 사이의 시간적 간격 그와 같은 형식을 취한 따른 손실과 위험부담의 가능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à 이러한 과세가 가능한지 여부는 물론 해당 사건의 모든 정황과 사실관계를 종합해서 판단한다는 내용이고 예전의 다른 판결에서도 찾아볼 있는 내용입니다.

 

국세기본법 14 3항이 나오기 전에 발생한 사건을 두고 대법원이 로담코 판례 내어 놓았고, 14 1, 2항만으로도 그러한 일반적인 과세가 가능한 상황에서 14 3항이 본격 적용되기 시작한 셈이 되었기 때문에, 기존의 로담코 판례 14 3항의 해석론 간의 관계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두고봐야 같습니다. 판결의 일반론에는 약간의 단서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충분히 깊게 고민한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판결의 중요성은 그보다 구체적 결론 쪽에 있는데, 처음에 말했듯이 부담 감소 다른 목적이 있더라도 그것이 위법 행위와 관련이 있으면 이를 내세워 과세를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은 대법원이 분명하게 제시하는 입장 같습니다. 소득과세에서도 납세자가 위법 행위를 하는 경우 이를 이유로 납세자에게 유리한 결론이 나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일관된 입장이 다시 드러난다고 하겠습니다(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27608 판결이 떠오릅니다).

 

2.    대판 25. 3. 27. 선고 2462738

 

인지세는 수입인지 구입하여 문서에 첨부해야 납부하는 돈인데, 사실 생소하게 느껴지기는 합니다. “stamp duty” 미국 독립혁명의 원인 하나가 되기도 하였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이것이 부담이 정도는 아닙니다. 인지세법 1 1항은

 

국내에서 재산에 관한 권리 등의 창설ㆍ이전 또는 변경에 관한 계약서나 이를 증명하는 밖의 문서를 작성하는 자는 법에 따라 문서에 대한 인지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

 

규정하는데, ‘재산에 관한 계약서 비롯하여 몇몇 과세대상으로 열거되는 문서를 작성할 문제가 생깁니다. 열거된 것들 중에는 상품권 있고, 시행령으로 내려가면 과세대상이 되는 상품권,

 

그 명칭 또는 형태에 관계없이 발행자가 일정한 금액이나 물품 또는 용역의 수량을 기재하여 발행 · 매출한 무기명증표로서, 그 소지자가 발행자 또는 발행자가 지정하는 자(이하 발행자 등이라 한다)에게 이를 제시 또는 교부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사용함으로써 그 증표에 기재된 내용에 따라 발행자 등으로부터 물품 또는 용역을 제공받을 수 있는 증표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걸 가지고 있으면 물품 또는 용역을 제공 받을 다는 데에, 인지세 과세대상이 되는 상품권 핵심 표지가 있는 것으로 정해 놓은 것이지요.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게임사의 온라인 게임사이트를 이용하는 자에게 게임머니를 구입할 수 있는 PIN번호(PersonalIdentification Number)가 기재된 문서

 

입니다. 편의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상품인 것 같습니다. 저는 게임 유저가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아무튼 이걸 사면 핀 번호를 입력해서 게임을 더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는 지위에 놓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용역을 제공 받는 것 아닐까요? 과세관청에서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대법원은 입장이 다른데, 문서를 사면 게임머니를 살 수 있고 그것을 통해서 용역을 더 잘 공급 받을 수 있다는 데에까지 나아가지 않고, 그저 이 문서를 사면 게임머니를 살 수 있다는 것으로 분석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게임머니는 그 자체로 용역은 아니고, 그렇다고 물품도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물품은 부가가치세법에서 말하는 물건이나 재화와 다르다는 것이고, 역시 부가가치세법의 분류대로라면 권리’ – 이 판결에서 말하는 무체물의 의미를 갖습니다 에 해당한다는 것이겠지요.

 

물론 적어도 입법론으로 이 결과는 잘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용역이나 물품상품권이 납세의무를 낳는다면, ‘무체물상품권이라고 해서 그렇지 않아야 할 이유를 적극적으로 대기 어려우니까요. 이럴 때 대법원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로 꺼내는 것이 바로그렇습니다. ‘엄격해석입니다. 지난 번 포스팅에서 대법원이 요즘 부쩍 해석방법론에 관한 언급으로 판결을 시작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 같다고 지적하였고, 사실 실제로 개별 소송사건에서는 해석방법론 자체가 바로 결론을 결정한다거나, 실은 해석방법론이 유일한 쟁점이라고 해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이 그 점만큼은 요즘에 와서 절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어떤 경우에는 그저 엄격해석을 한다고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목적론적 해석을 한다고 결론만 내어 놓는다면 그건 충분한 논거의 제시라고 할 수 없겠지요.

 

이 사건에서는 아마도 재화물건이라는 말 대신에 왜 물품이라는 말이 쓰였는지, 다른 곳에서는 이 말이 어떤 의미로 쓰이고 있는지, 그리고 이 시행령 규정이 입법된 당시에는 무체물화체’(化體)된 상품권이라는 것은 생각할 여지가 전혀 없었던 것인지 등등을 좀 더 따져 보기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입법론적으로 이 판결의 입장이 정당화되기 힘든 것이라면 당연히 시행령 개정도 뒤따라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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