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은 그래도 제가 도서 구입에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이 좀 있어서 매년 어느 정도의 해외 출판 도서를 구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혼자만 읽자고 구입할 상황은 아니고, 사실 그걸 다 읽을 수도 없습니다. 대신 이 블로그를 통해서나마 책 실물(實物)의 존재를 관심 있는 연구자나 학생들에게 알리는 것이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해서 이번에 새로운 ‘카테고리’를 하나 개설했습니다.
방금 말씀 드렸듯이 책을 다 읽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용을 모르고 소개할 수도 없으므로, 대개 서문·서론과 결론 부분만을 읽고 이해한 내용들을 적어 둘까 합니다. 이 분야에 이런 책이 외국에서는 새로 나왔구나 하는 식으로 관심을 일깨우고 혹시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서울법대 법학도서관을 통해 완독(完讀)에 나설 수 있게 다리를 놓는 것이 이 카테고리의 존재이유입니다.
Anti-Tax-Avoidance in Corporate Taxation under EU Law | IBFD
Anti-Tax-Avoidance in Corporate Taxation under EU Law | IBFD
This book analyses the constitutional foundation of the autonomous concept of abuse under primary EU law and compares it with the recent developments under secondary law. Why This Book? The issue of corporate tax avoidance has been subject to extensive dev
www.ibfd.org
첫 번째 소개할 책은, 손에 들어온 지는 몇 달 된 것 같은데, IBFD에서 2022년에 출간한
“Anti-Tax Avoidance in Corporate Taxation under EU Law – The Internal Market Narrative”
라는 제목의 것입니다. 우리 말로 번역하면
“유럽연합법의 법인 과세에서 조세회피 방지 – ‘역내(域內) 시장’의 논리에 입각해서”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이반 라자로프(Ivan Lazarov)라는 사람이 쓴 것으로 되어 있고, IBFD에서 출간하는 ‘박사학위 논문 시리즈’(IBFD Doctoral Series)의 제62권으로 번호가 매겨져 있습니다. 조금 찾아보니 불가리아 사람이고, 박사학위 논문은 2021년 2월에 비인 경제대학(WU)에서 수여되었다고 합니다. 본문이 272 페이지, 적절한 분량입니다.
논문의 배경은, 2010년 대의 ‘벱스 기획’ 이후, OECD 작업의 주축을 이루는 국가들이 모두 포함된 유럽연합(EU)에서 마찬가지로 야심차게 추진한 여러 가지 조세회피 방지 조치들입니다. 이러한 조치들은 특히 ATAD 라는 약어(略語)로 널리 알려진 ‘조세회피방지 준칙’(Anti-Tax Avoidance Directive)에 담겨 있는데, 이 논문은 전반적으로는 이 준칙에 다소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고, 막연히 조세회피 행위에 대한 적대감만으로, 기존의 유럽연합 체계 아래에서 정당화되기 어려운 조치들을 남발하는 경향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구체적으로는,
유럽연합법에서 각 나라의 법제에 상당한 정도로 ‘조화’(harmonization) – 유럽연합법 특유의 기술적인 개념입니다 – 가 이루어진 간접세 영역과 달리 직접세 – 소득세, 법인세 포함 – 영역에서는 그러한 ‘조화’가 덜 이루어져 있고 따라서 각 나라의 ‘과세 주권(主權)’이 좀 더 존중되어 있는데, 그렇다면 세금을 줄이기 위한 어떤 납세자 기업의 행위를 ‘남용’(abuse)의 성격을 가지는 조세회피 행위로 볼지 말지를 정할 때에도 두 영역은 서로 다르게 취급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듯합니다.
그래서 간접세 영역에서는 일종의 ‘사업 목적’(business purpose) 기준이 활용되더라도 문제가 없으나, 직접세 영역에서라면 그보다 좁은 범위에서만 남용·조세회피의 존재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단일한 역내 시장 안에서 사람과 돈, 그리고 재화와 용역이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흘러 다닐 수 있게끔 유럽연합법이 보장하고 있는 가운데 좀 더 유리한 환경 – 세제(稅制)를 포함하여 – 을 찾아서 그 곳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아무런 ‘남용’도, 따라서 ‘조세회피’도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그 범위 안에서는 나라 간 ‘조세 경쟁’(tax competition)은 정당하고 당연한 현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경제적 활동을 하지도 않으면서 그러한 외관만 만들어내는 행위는, 유럽연합 사법재판소(CJEU)가 그 전부터 확립해 놓은 ‘인위성’(artificiality) 기준에 어긋나는 것이고 이 정도의 행위는, 그리고 이 정도의 행위만을 남용·조세회피로 파악해야 옳다고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조세회피 방지 역시 유럽연합법의 큰 틀 안에서, 기존에 확립된 여러 법원칙, 특히 유럽연합법의 가장 중요한 정책적 토대라 할 수 있는 ‘단일한 역내 시장의 이상’에 어긋나지 않는 가운데 이루어져야 하고, 단순히 “어느 나라에서도 과세되지 않는다”는 결과만 놓고 논의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시각을 또한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세회피방지 준칙의 내용에는 여러 차원의 비판적 시각이 제기되어 있는 것 같은데, 이 책(논문)은 조금 차원이 높은 원칙론의 입장에서 그러한 우려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