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공보

2026년 1월 15일자 판례공보

세법 선생 2026. 2. 25. 09:00

2026115일자 판례공보에는 조세판결 4건이 수록되어 있는데 아래에서는 그 중 3건을 논평하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에 와서 이야기할 거리가 좀 많은 판결들이 연이어 나오는 듯합니다. 그리고 이것으로 2025년도 판례공보의 조세판결 검토는 막을 내립니다. 21일자 판례공보에는 관세 판결이 한 건 실려 있을 따름이고, 215일자 판례공보에는 조세판결이 없기 때문에

 

1. 대법원 2025. 11. 20. 선고 202533652 판결

 

사건명에 부작위 위법 확인이라는 흔히 볼 수 없는 소송 유형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는 데에서도 보듯이 독특한 사실관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상한 사실관계가 현실에서 발생하면 그 덕분에 평소 문제되지 않는 법적 쟁점들이 불거지기도 합니다. 이 판결이 바로 그러한 경우인 것 같습니다.

 

사실관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그래서 이해하는 데에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막상 판결의 법적 쟁점과 관련된 범위에서는 그렇게까지 복잡하지 않은데, 아무튼 이야기의 출발점은 이른바 분리 형()의 신주인수권 부() 사채 발행입니다. 10여 년 전에 꽤 성행했던 거래인데, 회사가 이러한 사채를 발행하고 신주인수권은 분리된 상태로 회사의 특수관계인이 취득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때 신주인수권의 취득, 그리고 이후의 권리 행사에서 특수관계인이 상당한 규모의 이익을 얻는 결과가 종종 발생하여 논란이 되었고, 상증세법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이 얻는 이익을 증여세의 부과 대상으로 삼는 특별한 규정(40)을 따로 두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이 특수관계인(원고)이 신주인수권(A)의 취득, 그리고 행사 과정에서 얻은 이익을 그때마다 증여세 부과대상으로 보아 증여세 신고·납부 행위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지 않은 채 계속 보유하던 신주인수권(B)을 제3자에게 양도하면서 양도소득세 신고도 하였는데 과세관청은 이 부분에 관심을 집중하여 양도소득세 대신 증여세를 부과하는 처분을 하였고 이를 둘러싼 소송전이 벌어져서 원고가 결국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계속 보유한 신주인수권 부분(B)이 아니라, 신주인수권 행사의 결과 주식으로 바뀌어 버린 신주인수권 부분(A)입니다. 이 부분 증여세를 원고가 신고·납부하였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정말로 이상하게도) 과세관청은 방금 말한 대로 제3자에게 신주인수권이 양도된 범위(B)에서는 과세처분도 하고 원고의 소 제기에 대응하기도 하였지만, 그 밖의 신주인수권 관련하여서는(A) 아무런 과세처분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는 것입니다.

 

주지(周知)하는 대로 증여세는 (상속세도 마찬가지이지만) 부과과세 세목이어서, 비록 납세자가 신고·납부 행위를 할 의무를 지기는 하지만 납세의무의 확정은 과세관청이 하는 부과 행위 곧 부과 처분’ – 의 결과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과세관청은 부과제척기간이 지나가기 전에 이러한 부과처분을 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신고·납부만 있은 상태에서 더 이상 부과처분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일단 이러한 상황이 되면 과세관청은 어쨌거나 납부 받은 세액을 환급해야 한다고 여겨집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과세관청은 뭔가 큰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인지, 책임을 조금이라도 면해 보려고 한 것인지 정확한 경위는 알 수가 없지만, 아무튼 환급도 하지 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미 비정상적인 상황이고, 그러니까 이런 경우에 납세자가 어떤 소송을 해야 하는지 하는 (평소에 잘 하지 않는) 고민을 하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조세 절차법적 시각에서 상황을 좀 분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속·증여세에서 납세자가 신고를 하면서 동시에 세액을 납부하는데, 보통은 신고에 납세의무를 확정시키는 효력이 있어서 납부에 앞서(또는 동시에) 국가가 구체적조세채권 – ‘확정의 결과입니다 을 가지게 되고, 그러니까 국가는 이 확정의 효력이 사라지지 않는 한 납부 받은 세액을 적법하게 보유할 권원(權原)을 가진다고 (매우 어려운 말이지만) 설명을 합니다.

 

그런데 상속·증여세에서는 신고에 납세의무 확정의 효력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신고·납부 받은 세액을 국가가 적법하게 보유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어렵지요. 신고·납부의 의무가 엄연히 상증세법에 규정되어 있으니까요. 국가가 일단 이 세액을 적법하게 보유한다는 결론은 알고 있지만, 이론적 설명은 쉽지 않은 셈입니다. 한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이 경우 납세의무자가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1항에 보면 신고한 세액의 감액 경정뿐 아니라 결정도 청구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는데, 보통 이 문구를 상속·증여세의 신고와 연관시켜 이해합니다. 이렇게 신고한 세액의 감액 결정’ – 또 다른 말로 하면 부과처분이 됩니다 이 가능하다는 법 규정이 있으니, 납세의무자가 신고한 세액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수단보다는 이 경정청구 제도를 이용해야 한다는 뜻이고, 또 뒤집어 말하자면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는 동안 납세의무자는 환급을 청구할 수 없고 그 반사적 효과로서 국가는 세액을 적법하게 보유할 수 있다는 정도의 설명이 될 것입니다(이러한 경우에 쓰이는 경정청구의 배타성이라는 용어가 있기도 합니다).

 

거기까지는 이런 정도로 설명이 되는데, 제척기간 경과 등으로 국가가 더 이상 적법한 부과처분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의 문제가 남습니다. 경정청구가 없었기 때문에 납세자가 다른 수단으로 세액을 환급 받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국가가 장래 부과처분을 해서 세액을 궁극적으로 적법하게 보유할 가능성도 사라진 상황입니다. 이때에는 경정청구의 배타성이든 뭐든 국가에게 환급 의무가 생긴다고 보아야 마땅합니다. 즉 더 이상 납부 받은 세액을 적법하게 보유할 권원이 없다고 새겨야 하고, 따라서 납세의무자는 국가를 상대로 그러한 환급 의무의 이행을 직접 구할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현재의 실무대로라면 부당이득반환청구의 민사소송을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이 사건에서 원고는 그 방향으로 가지 않고, 행정소송의 틀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래서 우선 주위적(主位的)으로, 그 동안 과세처분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 부작위가 위법하다는 것의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이러한 유형의 소송이 행정소송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혹시 이러한 제소가 적법하지 않다는 판단을 받을 때를 대비하여 예비적으로 이 사건에서 과세처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관한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그래서 우선 대법원은 주위적 청구에 관하여,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은 이러한 경우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위법한 부작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판결로 이를 확인하여 주는 것은, 그러한 확인의 결과 행정청이 적법한 작위로 나아가도록 하는 데에 이유가 있으므로 이 사건처럼 작위의 가능성이 사라진 다음에는 그러한 확인을 하여 줄 이익이 없다는 뜻인 듯합니다. 다음과 같이 판사히고 있습니다.

 

 

부작위위법확인의 소는 행정청이 당사자의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에 기한 신청에 대하여 상당한 기간 내에 그 신청을 인용하는 적극적 처분을 하거나 각하 또는 기각하는 등의 소극적 처분을 하여야 할 법률상의 응답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아니하는 경우, 그 부작위의 위법을 확인함으로써 행정청의 응답을 신속하게 하여 부작위 또는 무응답이라고 하는 소극적인 위법상태를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나아가 그 인용 판결의 기속력에 의하여 행정청으로 하여금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어떤 처분을 하도록 강제한 다음, 그에 대하여 불복이 있을 경우 그 처분을 다투게 함으로써 최종적으로는 당사자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려는 제도이므로, 당사자의 신청이 있은 이후 당사자에게 생긴 사정의 변화로 인하여 위 부작위가 위법하다는 확인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종국적으로 침해되거나 방해받은 권리와 이익을 보호 · 구제받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면 그 부작위가 위법하다는 확인을 구할 이익은 없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두4750 판결 참조).

 

 

다음으로는 과세처분 부존재 확인의 청구입니다. 사실 이 사건에서 과세처분이 부존재한다는 점에는 다툼이 없을 것 같습니다(원심 법원은 이 부분 청구마저 각하하면서 이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다만 법원의 아무런 판결이 없는 상황에서 과세관청이 좀처럼 납부 받은 세액을 반환하려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미 살펴 보았듯이 직접 반환을 명하는 판결이 가장 적절하고 간명한 수단이겠지만) 과세처분이 부존재한다는 상황은 사실 자명하지만 그래도 확인해 줄 이익이 있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이 판단에는 십 수 년 전 대법원이 기존의 판례를 뒤집고 선고한 어느 전합 판결 관련 금액을 납부한 후에도 행정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이 여전히 적법하다는 이 도움을 준 것 같습니다. 직접 이행청구가 가능하다고 해도 무효확인의 소를 꼭 부적법하다고 볼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점에서 약간의 공통점이 있기는 하니까요. 아래에서 보듯이 실제로 이 판결은 과거의 이 전합 판결을 주요 근거로 인용하고 있습니다.

 

 

행정처분의 근거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행정소송법 제35에 규정된 '무효 등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별도로 '무효 등 확인소송'의 보충성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므로 행정처분의 유 · 무효를 전제로 한 이행소송 등과 같은 직접적인 구제수단이 있는지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다(대법원 2008. 3. 20. 선고 2007두6342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7두62587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행정소송법 제4 제2에 따른 '무효 등 확인소송'의 유형에 속하는 행정청의 처분 등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소송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고는 이 사건 제1 내지 3신고와 관련하여 피고의 증여세 과세표준 및 세액결정의 통지가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나아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처분부존재확인소송에 보충성을 요구하지 않는 이상, 원고가 설령 나중에 별도의 민사소송으로 위 세액 상당의 환급금에 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해서 소의 이익 유무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이미 말했듯이 이 사건에서 벌어진 상황은 사실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이 판결의 결론이 그 자체로 그렇게 중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다만 납세자의 신고·납부 후 과세관청이 과세처분을 하게 되어 있는 독특한 법 체계를 두고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는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록 납세의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신고와 함께 납부한 세액을 반환하여 달라는 청구를 납세의무자가 자유롭게 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보통은 과세관청이 적절한 시기 안에 세무조사를 하고 과세처분을 하겠지만 무슨 사유에서인지 그렇게 되지 않고 있는 동안에 납세의무자는 반드시 경정청구를 먼저 내야 하고, 그 밖의 방법으로는, 혹시 너무 많이 신고 납부하였다고 생각하더라도 세액을 돌려 받을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 혹시 경정청구를 할 수 있는 기간마저 지났다면 그 다음에는 당분간 과세관청의 과세처분 신고·납부한 내용보다 더 작은 액수만을 부과하는 을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부과제척기간마저 경과하여 버리면 이제 더 이상은 과세처분이 있을 수 없고, 과세관청은 납부 받은 세액을 환급해 주어야 합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부당이득반환청구가 가능하다고 여겨지지만, 이 판결이 판시하듯이 과세처분 부존재확인의 소 역시 제기할 수 있다는 결론이 됩니다. 물론 이러한 부존재확인 판결이 내려지면 과세관청은 그 뜻에 따라 세액을 환급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 판결은 바로 이러한 상황 전개를 염두에 두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확인소송이 이와 같이 세액의 환급이나 징수 차원에서 활용되는 다른 예로, 국가가 조세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을 위하여 조세채권 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본 대법원 2020. 3. 2. 선고 201741771 판결도 있습니다.

 

2. 대법원 2025. 12. 4. 선고 202534254 판결

 

과세처분에 앞서 과세예고통지(세무조사를 거친 경우라면 세무조사결과통지)를 해야 하고 원칙적으로 이를 받은 납세의무자에게 과세전 적부심사를 거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를 대법원은 갈수록 무겁게 다루고 있습니다. ‘적법절차 원칙이라는 헌법 차원의 논의로 격상시켜서 논의하기도 합니다. 지난 81일자 판례공보에 수록된 대법원 202531960 판결의 논평에서도 이 점을 이미 지적하였고, 202534254 판결도 그 연장선 위에 있습니다.

 

두 판결에서는 모두 과세전 적부심사를 거칠 수 있는 기회가 올바로 주어지지 않은 채 과세처분이 이루어지면 그 과세처분은 그 자체로 위법 흔히 말하는 절차적 위법’ – 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과세전 적부심사 절차를 워낙 중요한 것으로 여기다 보니, 이러한 위법은 당연히 중대 명백한 것으로 보아 과세처분이 아예 무효라고 보는 사례도 있는 듯합니다(이 사건의 원심 법원이 그러한 입장을 취하였는데 대법원은 딱히 이 판단이 옳다 그르다 논평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법원이 말하고 있는 대로 과세처분이 처음부터 나오지 않게 막을 수 있다면 납세자에게는 그보다 더 좋은 결과가 없기 때문에, 납세자에게 이러한 기회를 최대한 충실하게 보장하겠다는 입장은 나름 그럴 듯합니다. 다음에 인용하는 부분에 이러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과세예고통지는 과세관청이 조사한 사실 등의 정보를 미리 납세자에게 알려줌으로써 납세자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준비하여 과세전적부심사와 같은 의견청취절차에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가짐으로써 자신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처분의 사전통지로서의 실질을 가진다. 또한 과세처분 이후에 행하여지는 심사 · 심판청구나 행정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어 효율적인 구제수단으로 미흡한 측면이 있다는 점과 대비하여 볼 때, 과세전적부심사 제도는 과세관청이 위법 · 부당한 처분을 행할 가능성을 줄이고 납세자도 과세처분 이전에 자신의 주장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예방적 구제제도의 성질을 가질 뿐만 아니라, 위법한 처분은 물론 부당한 처분도 심사대상으로 삼고 있어 행정소송과 같은 사후적 구제절차에 비하여 권리구제의 폭이 넓다. 이와 같이 사전구제절차로서 과세예고통지와 과세전적부심사 제도가 가지는 기능과 이를 통해 권리구제가 가능한 범위, 이러한 제도가 도입된 경위와 취지,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 침해를 효율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통제방법과 더불어헌법 제12 제1에서 규정하고 있는 적법절차의 원칙은 세무공무원이 과세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준수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국세기본법 및 국세기본법 시행령이 과세예고통지의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거나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과세처분을 할 수 있는 예외사유로 정하고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데도 과세관청이 과세처분에 앞서 필수적으로 해야 할 과세예고통지를 하지 않음으로써 과세전적부심사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과세처분을 하였거나 과세예고통지 후 과세전적부심사청구 또는 그에 대한 결정이 있기도 전에 과세처분을 하였다면, 이는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과세처분의 효력을 부정하는 방법으로 통제할 수밖에 없는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존재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그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두52326 판결대법원 2016. 12. 27. 선고 2016두49228 판결 등 참조).

 

 

한편 과세처분을 급히 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서 과세전 적부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과세처분을 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고 부과제척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때도 이에 해당합니다만, 이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에서는 부과제척기간의 기산점을 잘 살펴보면 과세전 적부심사의 과정을 충실히 거치더라도 부과제척기간 도과 전에 과세처분을 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우려는 없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차피 과세전 적부심사 없이 한 과세처분은 위법하다는 것이지요.

  

3. 대법원 2025. 12. 4. 선고 202534494 판결

 

어떤 법인의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 – 법인을 포함합니다 이 그 법인 흔히 특정 법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에 일정한 재산상 이익을 주었을 때, 특정 법인의 법인격에 구애 받지 않고 이 재산상 이익이 바로 지배주주에게, 그 지분 비율에 상응하는 만큼 귀속된다고 보아 증여세를 물리도록 하는 조항이 상증세법 제45조의5입니다. 예전에 결손법인 증여의제흑자법인 증여의제니 해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바로 그 조항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지배주주의 특수관계인이 특정법인에 무() 이자로 돈을 빌려준 것이 문제가 되었고, 이 경우에는 매년 이자 상당액만큼의 재산상 이익을 특정법인에 준 것이 되는데 이를 지배주주의 증여재산으로 보아 과세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돈을 빌려준 다음에 이 채권자·채무자 간에는 사실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던 것 같고 그렇게 5년이 지나다 보니 이 대여금 채권이 소멸시효에 걸려 소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채권이 소멸하였으니 이제는 정말로 채무자인 특정법인의 돈이 되었고 이자를 지급할 이유도 없으며, 그러므로 특정법인이 이자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 더 이상 무슨 이익을 본 결과라고 할 수도 없다는 말이 됩니다. 이것이 이 판결의 결론입니다. 소멸시효 기간 이후에는 더 이상 증여세 부과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것을 금전 소비대차의 관계로 구성하였기 때문에 이런 논리로 이어지게 되었지만,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돈을 넘겨 받은 입장에서는 매년 적어도 이자 상당액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볼 여지도 있어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 옳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을 수 있습니다. 과세관청은 아마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다만 이 조항이 포괄주의 아래 증여의 예시’(例示)라기보다 증여 의제조항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저 이익을 보았다는 것만으로 과세하기는 어렵고 제45조의5와 이에 따른 시행령 조항이 사용하는 문언에 따른 과세만이 가능하다는 식의 생각을 대법원이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실제로 이 판결에서는 시행령 제34조의4의 해석을 시시콜콜하게 적고 있는데 그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특정법인에 이익을 주는 방법으로서 재산을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말은 해석의 여지가 제법 넓기 때문에, 조금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 남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채권자인 특수관계인이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였다면, 이를 두고 그 시점에는 재산을 무상으로 제공한 것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나올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일종의 의사표시 해석 같은 묹가 되겠습니다만아무튼 이 사건에서 과세관청이 과연 그러한 새로운 과세의 시도를 할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