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공보

2024년 8월 1일 판례공보

세법 선생 2024. 8. 27. 11:46

8월 1일자 판례공보 '조세' 편에는 세 건의 판결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 두 건을 살펴봅니다. 특히 후발적 경정청구에 관한 판결은 실무계에서 오래 기다린 것이었고, 계속하여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대판 2024. 6. 13. 2023두39809

 

법인세법 시행령 제11조에는 법인의 익금으로 과세되는 금액이 열거되어 있고, 그 중 제8호(이 판결에서는 제9호)에는 '제88조제1항제8호 각 목의 어느 하나 및 같은 항 제8호의2에 따른 자본거래로 인하여 특수관계인으로부터 분여받은 이익'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어느 법인에게 여기서 말하는 '자본거래' 덕분에 '분여 받은 이익'이 있다고 할 때, 그 이익을 분여하여 준 상대방('특수관계인')이 법인과 자연인, 어느 쪽이어도 상관 없느냐, 아니면 법인인 경우에만 이 조항이 적용되느냐 하는 것이 쟁점인 듯합니다. 결론은 어느 쪽이어도 상관 없다는 것인데, 그 근거로 대략 (i) 법의 문언에 '인'이라는 말만 있고 '법인'이으로 한정하는 표현이 없다는  것, (ii) (아마도 같은 논리인 것 같은데) 몇몇 조문 번호의 수식을 받는 '자본거래'라는 말은 그 자본거래의 '유형'을 가리킬 뿐이고 '주체'까지 가리키지는 않는다는 것(그렇게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iii) 꼭 명확하지는 않지만 법의 문언이 개정되어 온 과정을 보더라도 이 '자본거래'를 수식하는 말이 복잡해진 것은 (ii)와 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것(입법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 자료를 들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iv) 누가 이익을 주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것을 들고 있습니다. 조문 하나, 표현 하나를 놓고 내린 결론치고는 꽤 친절하고 상세하기 때문에 그만큼 논의해 볼 '거리'를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대법원, 아니면 우리나라 실무가들이 전형적으로 사용하는 몇 가지 사고방식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우선 이 중 '현실적'인 의미를 가지는 논거는 (iv)뿐인 것 같습니다. '불균등'한 자본거래를 통해서 주주 간 이익의 분여가 있고 이와 같이 분여된 이익을 그 시점에서 바로 과세 - 여기서는 법인세 - 의 대상으로 삼는다고 일단 정책적 견지에서 판단을 내렸다면, 그 이익이 자연인 주주로부터 온 것인지, 아니면 법인 주주로부터 온 것인지를 구별할 이유가 잘 떠오르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과세하는 것이 옳은 결론 같고, 다만 법의 문언이나 아니면 개정의 과정이 그러한 결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지 - 도저히 그런 결론과 어울리지 않는 문언이라거나 입법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 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저는 보통 이런 식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판결은 대략 순서가 반대로 가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게 흥미롭습니다. 자연인 주주로부터 온 이익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려는 의도였다면 법을 만든 사람들 - 기재부의 사무관이든 국회의 전문위원이든 아니면 국회의원이든 - 이 그렇게 명시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그러한 규정이 없다는 말이 먼저 나오고, 그 다음에는 '자연스러움'이라는 잣대를 동원해서 그러한 판단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입법의 과정에서 그런 정도로 명확한 입법의 의도를 읽어낼 수 있을지, 또 그러한 독법이 명확한 증거로 뒷받침될 수 있을지(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자료가 남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의문입니다. 비슷한 차원에서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기준도 상당히 억지스럽게 들립니다. 법을 만드는 데 관여한 사람들이 '자연스러움'에 관한 비슷한 잣대를 공유하고 있을지, 늘 가장 '자연스러운' 법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지... 물론 대법원이 이 판결에서 동원한 이런 논리 전개 방식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고 많은 실무가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 하지만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다행히 이 판결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도출한 해석론이 현실적으로도 납득할 만한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에 이런 '탁상공론'를 한가롭게 즐길 수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 대판 2024. 6. 17. 선고 2021두35346 판결

 

범죄로 수익을 올리면 그것은 소득세법에서 말하는 소득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위법소득의 과세' 문제입니다. 문제는 법질서가 이러한 수익을 그대로 보유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과세관청은 수익의 존재를 아는데 수사기관은 범죄의 존재를 모른다, 이런 경우는 흔하지 않겠죠. 요컨대 범죄 수익을 '현실적'으로 누리고 있어서 과세의 문제가 생길 정도라면, 법을 집행하는 다른 기관도 이를 알기 마련이고 그 결과 이 수익은 어떤 형태로든 '뱉어내야' 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처럼 '뱉어내야' 한다면 소득이 없는 것 아닐까요? 해결하기 쉽지 않은 모순된 상황이 발생합니다.

 

논의의 시작은 방금 말한 '위법소득의 과세' 이론입니다. 결론은 현실적으로 수익을 누리는 한 적어도 일단, 과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득세법에는 뇌물을 소득으로 보아 과세하는 규정도 있습니다. 횡령은 어떨까요? 따로 횡령이나 배임을 찍어서 그 이익을 과세하는 규정은 없는데, 대개 법인세법의 복잡한 작동 과정 - 특히 '소득처분'이라고 불리는 묘한 도구가 중요합니다 - 을 거치면 횡령 배임 행위로 얻은 수익이 그 사람의 소득으로 과세될 수 있습니다.

 

뇌물의 경우 형법이 받은 것을 바로 '뱉어내게' 합니다. 바로 필요적 몰수 추징 조항입니다. 뇌물이 소득이더라도 받은 것을 다 몰수 또는 추징당한다면 소득이 없는 것 아닐까요? 그게 상식적인 이해이기는 합니다. 대법원도 그렇게 보았습니다. (이 판결에도 상세히 인용되고 또 구별되어 있는) 유명한 대법원 2015. 7. 16. 선고 2014두5514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이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대법원은 일단 경제적 이익을 누린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익을 '상실할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면, 그리고 그와 같이 내재된 가능성이 현실화한 결과 이익을 상실한 것이라면 소득은 없다고 이해합니다. 절차법적으로 엄밀한 용어를 사용하자면,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이 규정하는 이른바 후발적 경정청구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합니다. 요컨대 뇌물 받은 사람은 뇌물을 몰수 추징당했다면 소득세 납세의무에서 사후적으로  벗어날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그렇다면 횡령의 경우도 그러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꼬리를 뭅니다. 바로 이 판결의 사안입니다. 횡령으로 수익을 얻으면 피해자에게 당연히 어떤 형태로든 반환 의무를 지게 될 터이고('내재'라는 말이 따로 정의된 일은 없지만 역시 이러한 가능성은 '내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횡령하면 반환의무를 진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니), 반환의무를 이행하면 역시 소득이 없어지는 것 아닐까요? '내재 가능성의 현실화'라는 틀도 마찬가지로 작동할 수 있을 듯 하기도... 하지만 횡령한 돈을 갚을 수도, 갚지 않을 수도 있는데 형사처분에서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갚은 것이라면, 단순히 '내재 가능성의 현실화'가 아니라 '별도의 판단'에 따른 '별개의 행위'라고 보아야 하는 것일까요? 이 구별은 당연히 쉽지 않고 반드시 정당화되는지도 의문인데 아무튼 대법원은 이 논리를 선택했습니다. 그 결과 횡령한 돈을 다시 갚더라도 횡령한 돈만큼의 소득이 있다고 보아 과세당하는 결과는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좁게 보아 이 판결은 범죄 수익을 얻은 사람이 몰수 추징의 적용을 받지 않고, 그러한 의미에서 '자발적으로' 피해자의 피해를 배상하더라도 소득세 납세의무를 면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이것이 상식에 맞는지는 각자 판단해 보아야 할 듯합니다.

 

조금 더 넓게 보면, 대법원이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를 바라보는 시각이 2020년대에 들어오면서 조금 바뀌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이 판결의 추상적 일반론을 보면,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를 확대 적용할 필요성을 먼저 설시하고 나서, 하지만 '조세법률관계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법령에서 열거한 일정한 후발적 사유로 ...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010년대에 후발적 경정청구를 활용한 '화끈한' 판결들(위 전원합의체 판결을 포함해서)을 몇 건 내어 놓았더니 '조금 너무 멀리 온 것 같다'는 인식이 내부적으로 생긴 것은 아닌지...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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