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공보

2024년 9월 15일 판례공보

세법 선생 2024. 9. 29. 16:31

9월 1일자 판례공보에는 '조세' 편 판결이 없습니다. 9월 15일 자에는 절차법적 쟁점에 초점을 맞춘 판결 두 건, 그리고 국세기본법 조항의 해석론과 관련된 판결 한 건이 수록되었습니다.

 

1.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251031 판결 [요컨대 입증책임의 소재와, 입증의 필요 전환과 관련된 대법원의 판단 사례입니다.]

 

-       언뜻 국제조세 사건 같아 보이지만 실은 입증책임에 관한 소송법 쟁점을 포함하고 있는 판결입니다. 이른바 법률요건분류설에 따라

 

[과세요건을 충족하는 사실은 과세관청에게 입증할 책임이 있고, 비과세나 감면 요건을 충족하는 사실은 납세자에게 입증할 책임이 있으며, 다만 일단 이와 같이 이분법적으로 입증책임을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서는 요구되는 입증의 정도가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따라서 과세관청이 일정한 정도의 사실을 입증하면 사실상 추정의 기제가 작동하여 입증의 필요가 (입증책임이 없는) 납세자에게 넘어가는 일이 있다]

 

는 기본적인 법리가 판단의 배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       이 사건에서는 국내에 고정사업장을 가지고 국제운송업을 하는 외국법인의 소득 계산이 문제가 되는 듯하고, 우선 법인세법 제93조 제5, 시행령 제132조 제2항 제7호에 따르면 국내에서 승선한 여객이나 선적한 화물에 관련하여 발생하는부분의 소득만이 국내원천소득으로 제91조 제1항이 정하는 과세대상이 됩니다. 문제는 이 국내 승선·선적 분()’의 크기를 전체 소득에서 어떻게 가려내느냐 하는 것인데, 대법원은 이를 입증할 책임이 일반론에 따라 과세관청 쪽에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원심은 실체법적 판단에서 (무슨 이유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아무튼) 기타소득 조항을 원용해서 과세관청에게 이러한 입증책임이 없다고 보았는데 대법원이 이러한 판단을 바로잡은 것입니다. 또 이 사건의 사실관계에서는 실제로 국내 승선·선적분뿐 아니라 국외 승선·선적분도 존재할 개연성이 있어서 이에 관한 과세관청의 최소한의 입증 없이 입증의 필요가 납세자에게 돌아갈 수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       이 판결은 동시에, 법인세법 제91조 제1항 제3호에 따르면 선박이나 항공기의 외국 항행(航行)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득이 외국법인 소득을 계산할 때 공제되는 것 역시 논의하고 있습니다. 원심 판결은 기타소득 조항에 따라 일단 문제된 소득이 우리나라의 과세대상이 되는 소득에 해당한다는 전제 하에, 이에 대한 일종의 예외 조항인 제3호의 적용을 주장하는 납세자 쪽에 그 입증책임이 있다고 본 것 같습니다. 반면 대법원처럼 처음부터 과세관청이 제93조 제5호의 요건을 충족하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보면, 이 제3호가 이 판단과 어떤 실체법적 관련을 맺는지는 좀 불분명합니다. 아무튼 대법원은 이 조항의 적용을 두고서도 일정한 설시를 남겼는데, 그 내용은 과세표준에서 일정 항목을 공제한다는 조항이 있을 때 그러한 공제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할 책임은 역시 과세관청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조특법이 정하는 투자세액공제조항과 다르다고 합니다(따라서 대판 2009. 7. 9. 20074049 은 이 사건에 참고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다만 그 구별기준이 명료하게 제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       한편 이 판결의 부가가치세법 관련 쟁점도 대략 비슷합니다. 여기서는 우선 국제항행용역국내 탑승·선적분에 한하여 부가가치세법 적용 대상이 되고, 거기서 다시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영세율이 적용되는데, 영세율 적용 자체에 관한 입증책임은 납세자에게 있지만, 영세율 관련 신고를 하지 않은 데 대한 가산세를 부과할 때 그 요건이 충족되었다는 점은 과세관청이 입증해야 한다고 합니다. 가산세 부과에서는 애당초 국내 탑승 선적분국외 탑승 선적분을 가려내야 하고, 이 입증책임은 역시 과세관청에 있으며 이 사건에서는 과세관청이 최소한의 입증을 하여 입증의 필요가 전환되었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판단입니다.

 

2.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260745 판결 [조세심판원 결정의 기속력과 관련하여 재조사결정의 주문(主文)을 해석하는 방법에 관한 사례. 재조사결정의 사후 통제라는 새로운 쟁점이 문제되는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       재개발조합의 재개발이익에 대한 법인세가 문제된 사건에서, 재개발 대상 부동산의 취득가액이 얼마인지가 문제되었습니다. 한 가지 논점은 평가의 기준 시점이었고(‘사업시행계획인가일관리처분계획인가일’), 또 다른 논점은 감정평가의 적정성이었습니다. 처음에 조합은 사업시행계획인가일 기준으로 감정평가한 금액(464억 원)을 기준으로 법인세 신고를 하였고, 나중에는 관리처분계획인가일을 기준으로 다시 감정평가한 금액(577억 원)에 근거하여 감액경정청구를 하였으며, 과세관청은 경정을 거부하였습니다. 경정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에서 조세심판원은, ‘관리처분계획인가일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옳지만, 577억 원이라는 조합 측의 감정평가액은 신빙성이 없다고 본 듯하고, 따라서 이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시가를 재조사해서 그에 따라 후속 조치를 하라는 내용의 재조사결정을 하였습니다. 과세관청은 이 시점을 기준으로 하되 새로 감정평가를 하거나 하지는 않고, 믿을 만한 감정평가액이 없다는 이유로 (이른바)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른 세법의 평가액을 적용하였고 그 결과 원래의 신고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통지를 하였습니다.

 

-       조세심판원의 재조사결정에도 기속력이 있는데, 과세관청의 이러한 조치가 재조사결정에 기속력에 어긋난 것이 아닌지가 쟁점입니다. 원심 법원은 재조사결정의 의미를, 과세관청이 새로운, 그리고 적정한 감정평가액을 찾아내어 그에 따라 후속 조치를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는데, 대법원은 감정평가를 새로 하라는 말이 재조사결정의 주문에 나오지 않으므로 이러한 재조사결정을 받은 과세관청에게 새로 감정평가를 의뢰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따라서 보충적 평가벙법에 따른 평가액을 적용한 것이 기속력 위반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       이 판결은 새로운 처분의 기속력 위반만을 다룬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만약 사건이 행정소송으로 비화한다면 조합 측에서 소송 절차를 통해 새로운 감정가액을 주장하거나, 또는 기존의 감정가액에 사실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내세울 수는 있을 듯합니다. 행정소송의 수소법원은 조세심판원 결정의 내용에 기속되지 않으니까요.

 

3.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263386 판결 [개인과 법인 간 특수관계를 판단하는 방법, 특히 지배적 영향력30% 기준이 가지는 의미에 관한 중요한 판결입니다]

 

-       동생이 대주주·대표자로 있는 법인에 부동산을 시가를 하회하는 가격(‘저가’)로 양도하였다는 간단한 사안입니다. 문제는 양도인과, 양수인 법인 간에 특수관계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       이 특수관계는 결국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1조의2에 따라 판단하는데, “본인이 직접 또는 그와 친족관계 또는 경제적 연관관계에 있는 자를 통하여 법인의 경영에 대하여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경우 그 법인은 그 본인인 개인(자연인)과 사이에 특수관계가 있다고 규정합니다(3항 제1호 가목).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경영에 대하여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부분인데, 이에 관하여 다시 같은 조의 제4항 가목은 법인의 발행주식총수 또는 출자총액의 100분의 30 이상을 출자한 경우에는 경영에 대하여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합니다. 따라서 이 규정들의 문언만 좇아가면, 친족관계에 있는 동생이 30% 이상 주주인 회사라면 그 회사와 사이에 특수관계가 있는 것처럼 읽히고 과세관청도 그러한 이해 아래 과세한 듯합니다.

 

-       하지만 대법원은 이 본다라는 표현에 불구하고, 문제된 납세자가 (동생이 아니라) 스스로 해당 법인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별도로 밝혀져야만 특수관계인이라고 합니다. 30% 이상 주식 보유와 별도로 지배적 영향력에 관한 입증을 과세관청이 별도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근거로는 규정의 문언과 체계’, 그리고 엄격해석을 들고 있는데, 여기서 엄격해석문리해석이 아니라 축소해석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쓰인 듯합니다(이 말의 의미가 불분명함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과세관청의 의도와 상당히 다른 판결일 것 같고 파급효과도 제법 클 수 있을 듯합니다. 따라서 판결을 무력화하는 또 새로운 입법 조치가 뒤따를지 궁금해지네요. 또 동생이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30% 주주라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가령 70% 주주가 따로 있다면 과세관청은 여전히 지배적 영향력 행사를 입증해야 할지, 30% 이상 보유 사실을 입증하면 입증의 필요가 넘어간다고 할지 등등)도 귀추가 주목됩니다. 근본적으로 동생 회사니까 싸게 판 것이라고 하면, 스스로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런 결론을 내는 것이 옳은지에도 의문을 제기할 여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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