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과 4월에 발간된 판례공보에는 합계 세 편의 판결이 게재되어 있는데, 모두 한 – 중 조세조약의 적용이 문제된 국제조세 사건입니다. 그리고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공교롭게도 모두 우리나라의 조세 수입을 보호하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져 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제법 중요한 논점들을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논증은 매우 부족하고 불친절합니다.
1. 대판 2024. 1. 11. 2023두44634 (24. 3. 1. 공보)
배경은 역시 2014년 이후 지방소득세액의 계산이 법인세액 계산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독립성을 획득하게 된 것 – 흔히 ‘독립세’로 지칭하는)입니다. 그 전에는 법인세 계산할 때 외국납부세액 공제가 이루어지면, 지방소득세액은 그에 상응하여 줄어드는 구조였습니다. 2014년 이후에는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외국납부세액 중 법인세액에서 공제되지 못하고 남은 것이 있다면 지방소득세액에서 추가로 공제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논점이 생깁니다.
이 판결은 그렇지 않다고 하는데, 한 – 중 조세조약, 좀 더 정확하게는 이를 일부 수정하는 ‘의정서’ 내용에 따를 때 ‘국내 세법의 규정에 따를 것을 조건으로’ 공제가 허용된다고 규정한 것에서 우선 근거를 찾고 있습니다. 아마도 전혀 공제를 안 해 주는 것은 곤란하지만, 어느 정도 공제를 해 주기만 하면 그 구체적인 범위는 우리가 정하기 나름이라는 뜻인 듯합니다.
이 의정서에 적힌 ‘국내 세법의 규정에 따를 것을 조건으로’ 식의 문구는 조금 생소한데(OECD 모델에는 이런 말이 없습니다), 이 판결도 그랬듯이 이 문구에 방점을 두면 지방세 관련 법령에 외국납부세액 공제 조항을 따로 두지 않은 것도 정당화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러나 이런 제약이 없는 가운데 이중과세 회피 조치를 명하는 좀 더 일반적인 조세조약이라면 이 판결의 결론이 그대로 통용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남습니다. 따라서 이 판결에서 말하는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도 여전히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2. 대판 2024. 1. 25. 2021두46940 (24. 3. 15. 공보)
중국 은행이 중국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았는데, 이 금전 대여 거래가 중국 은행의 이를테면 본점이 아니라 국내 지점이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임을 전제로 할 때, 이 중국 은행(국내 지점)의 이자소득을 두고 중국이 걷은 원천징수세가 국내 지점의 법인세 계산에서 외국납부세액으로 공제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입니다.
저를 비롯해서 공제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한 연구 결과가 있지만, 대법원은 공제될 수 없다고 보았고, 그 이유는 한 – 중 조세조약(이 사건과 관련된 범위에서는 OECD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의 ‘문언 및 체계’에 비추어 보면 이 이자소득에는 고정사업장 소재지국인 우리나라가 소득의 원천지국·거주지국의 지위를 겸하는 중국에 앞서 과세권을 갖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전제는 조세조약이 체결된 나라에서 납부된 세액의 경우, 그 세액 납부가 조세조약의 내용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는 데에 있고, 이 전제는 대략 옳다고 할 수 있겠으나, 이미 언급했듯이 한 – 중 조세조약의 ‘문언 및 체계’가 과연 그러한 결과를 지지하는지는 의문입니다. 대법원도 그 이상의 설명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3. 대판 24. 2. 8. 21두32248 (24. 4. 1. 공보)
내국법인이 중국 소재 자회사에 지급보증을 서 주고 자회사로부터 지급보증 수수료를 지급 받았을 때 이 지급보증 수수료가 한 – 중 조세조약 아래에서 이자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입니다.
한 – 중 조약이 두고 있는 이자소득의 정의는 OECD 모델의 그것 – ‘채권’(debt-claims)르부터 생기는 모든 소득 – 과 대략 비슷하고 대법원의 판단은 지급보증 수수료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캐나다 법원의 잘 알려진 멜포드(Melford) 판결의 결론과 비슷하긴 한데, 논거는 그 이상 제시하지 않고 그저 한 – 중 조약의 몇몇 관련 조항의 문언을 제시한 뒤 ‘문언과 체계’에 비추어 보면 그렇게 결론이 나온다고만 합니다. 나쁜 논증의 예가 아닐까 싶어 안타깝습니다. 이런 국제조세 영역의 판결들은 외국에 번역되어 소개될 수도 있을 텐데요…
아무튼 결론은, 그래서 이는 말하자면 기타소득에 속해서 중국에 과세권이 없고 따라서 중국이 국내법에 따라 과세했다 하더라도 그 세액은 우리나라 세액에서 공제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외국납부세액 공제의 전제는 조세조약에 따른 과세라는 2. 판결에서 살펴본 것과 동일한 입장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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