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자 판례공보에는 절차법적 쟁점을 다룬 한 건의 판결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어느 정도 예측된 결과이기는 한데, 구체적 결론이 판결의 형태로 제시된 것은 처음인 것 같기도 합니다.
- 대판 2024. 6. 27. 21두39997
과세처분이 있고 제소기간을 도과하여 불가쟁력이 생긴 다음, 증액경정처분이 이루어지고 증액경정처분 취소소송이 계속하게 되면, 이 증액경정처분의 취소소송에서는 증액된 세액의 취소를 구할 수 있을 따름이지만(‘취소를 구할 수 있는 세액의 제한’), 대신 이러한 취소판결을 얻어내기 위하여 주장 입증할 수 있는 사유는 이 과세단위의 세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 전부입니다(‘주장할 수 있는 사유의 무제한’, 제가 만들어 낸 말들입니다). 이것은 현행 국세기본법 제22조의3이 신설된 이후 판례로 확립된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가장 중요한 이론적 근거는 과세처분 취소소송에서 적용되는 소송물, 또는 심판 범위에 관한 이론이 이른바 ‘총액주의’라는 데에 있습니다.
이 사건의 특징은 그와 달리 증액경정처분을 다툴 수 있는 기회가 먼저 사라졌고(불가쟁력 발생), 대신 그 전에 있었던 (과세처분이 아니라) 납세자의 신고를 다툴 수 있는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는 점입니다. 신고로 확정된 세액은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1항의 경정청구 - 흔히 ‘통상의 경정청구’ - 로 다툴 수 있고, 이 경정청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은 신고기한 종료 후 5년에 달하기 때문에 이런 유형의 사실관계가 생겨날 가능성은 제법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 판결은,
1) 우선 증액경정처분이 있어도, 심지어 그 처분에 불가쟁력이 생겨도, 원래 할 수 있었던 경정청구는 여전히 5년 동안 할 수 있따는 점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제45조의2 제1항의 문구가 이러한 결론을 지시하고 있따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때 감액 경정을 구할 수 있는 세액은 당초에 신고로 확정된 부분에 한합니다. 증액경정처분으로 증액된 부분은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이고, 이는 제22조의3 제1항의 사고방식과 잘 조화를 이루는 것이기도 하지만, 애초에 제45조의2 제1항에 이러한 내용이 분명히 적혀 있기도 합니다.
2) 그렇다면 경정청구가 거부된 다음 납세자의 소 제기로 계속하게 된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도 당연히 신고로 확정된 세액 부분만을 놓고 경정의 거부가 위법하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이때에도 경정청구의 사유만 놓고 법원이 심판하게 되는지, 아니면 역시 총액주의에 따라 ‘주장할 수 있는 사유의 무제한’이 적용되는지 하는 것이 아마 이 사건에서 가장 크게 다투어진 쟁점 같습니다. 그리고 결론은 후자입니다.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도 총액주의가 작용한다는 것이 이미 다른 대법원 판결에서 확인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다른 판결의 결론을 하나의 판례로 이해하는 한 이번 대법원 판결의 결론 역시 기존의 이론 체계를 그대로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흠 잡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이 현재 조세소송에서 정립해 놓고 있는 ‘게임의 규칙’이 그런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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