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편의 판결을 살펴봅니다(6월 15일자 판례공보에는 '조세' 판례들이 없습니다). 개별적 결론이 타당한지 여부보다 대법원이 사건을 처리하면서 생각하는 방식, 해석방법론 등에서 조심스럽게 음미해야 할 사항들이 많이 보이는 판결들입니다. 개별 사건의 결론, 그 바탕이 되는 법의 문언을 미시적으로 살피는 과정이 물론 있어야 하겠지만, 좀 더 거시적인 시각에서 법체계의 일관성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는 저 같은 사람의 시각에서는 더구나 그렇습니다.
1. 대판 2024. 3. 12. 2021두32088 (공보 24. 5. 1.)
회사의 주식 이동과 관련된 증여세 세무조사를 한 사안이고 그 조사의 결과는 실제 사주(社主)와 가까운 친족 관계에 있는 원고들이 주식을 명의신탁 받았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증여세 부과처분이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그 배경에는 이 회사를 조사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근거가 있었는지 여부부터 우선 문제가 되었다는 사정이 있습니다.
구체적 사정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이론적 차원에서는 이 조사의 과정에서 원고들을 상대방으로 하여 질문·조사권이 행사되었다는 점이 문제인 듯합니다. 이 질문·조사권은 상증법 제84조에 규정된 것이고, 이러한 질문·조사권의 행사는 우리가 흔히 세무조사라고 부르는 행정작용의 요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는 이러한 세무조사가 과연 관련 법령의 제약 안에서 이루어진 적법한 것인지 여부가 쟁점입니다.
세무조사의 범위를 제한하는 국세기본법이나 그 밖에 개별 세법의 법령이 헌법의 적법절차 원칙을 구현하는 것이라는 점은 이 판결에서도 다시금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제 이 언급은 대법원의 일관된 확고한 입장이라고 보아야 할 듯합니다.
결국 문제되는 것은, 이 사건에서 원고들을 상대로 질문·조사의 행위를 한 것이 과연 적법한지 여부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질문 조사권 행사의 상대방을 제약하는 상증법 제84조에 주목하고 있고, 여기서는 납세의무자나 그에 해당한다고 ‘합리적으로 추정되는 사람’이라는 개념이 논의의 중심입니다. 이 판결은 원고들이 실제로 납세의무자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점은 차치하고, 원고들이 세무조사 당시에 납세의무자에 해당한다고 ‘합리적으로 추정’되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 사정에 비추어 보면 그러한 ‘합리적 추정’은 가능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러한 상황에서 과세관청이 원고들에게 질문·조사를 한 것은 위법하고 따라서 세무조사 자체가 위법하며 그러므로 그 결과로 이루어진 증여세 부과처분도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린 듯합니다.
결국 원고들이 명의수탁자로서 납세의무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임이 드러나더라도, 세무조사 당시의 상황으로 돌아가서 그 때 과세관청이 가지고 있었던 제한된 정보만으로 원고들에게 질문·조사를 하는 행태가 ‘합리적’인지 여부를 따져 그렇지 않다면 세무조사와 과세처분은 모두 위법하다는 뜻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를테면 투망식(投網式) 조사를 막고 조사의 범위를 함부로 넓혀가는 행태에 대한 통제라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세무조사에 관한 과세관청의 범위를 상당히 제약하는 판결인데 현실적으로 타당한지, 잘 기능할 수 있는 법원칙인지 등 논의할 여지가 있을 듯합니다.
2. 대판 2024. 3. 12. 2022두32931
불균등한 비율로 배당을 하면 배당을 원래의 지분 비율에 따른 것보다 더 많이 받아간 사람에게 증여세를 물리는 조항이 상증법에 있습니다(제41조의2). 여전히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조문인데, 아무튼 이 사건 당시에 적용되던 옛 법에는 배당에 대한 소득세를 낸 것이 있으면 증여세액에서 공제하여 주고, 혹시 소득세액이 증여세액보다 더 크면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조항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일단 증여세액을 계산하여 보고, 그것을 소득세액과 비교하여 보아야 하는데 이때 증여세액 계산에서 흔히 말하는 10년 합산 관련 조항이 적용되는지 여부가 쟁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증여세액을 계산할 때에는, 누진세제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10년 합산 조항이 적용되고 여기서도 달리 볼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이 판결의 내용입니다. 실제 부과될 증여세액과 소득세액을 비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3. 대판 24. 4. 12. 20두53224 (공보 24. 6. 1.)
회사가 발행한 이른바 분리 형(型)의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금융기관이 인수한 다음 회사의 최대주주나 그 밖에 회사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그 금융기관으로부터 신주인수권을 따로 인수하고 나서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이익을 얻는 거래가 한때 널리 행하여졌습니다. 상증법 제40조가 이러한 신주인수권이나 전환사채 등과 관련하여 이익을 얻는 거래로부터 생기는 이익을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다루는데, 이러한 증여세 부과가 가능한 경우를 상당히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자세하게 규정하는 것이 좋을 듯하지만, 자세하게 규정해 둔 결과 그와 같이 자세하게 정해 둔 요건에 맞지 않는 방법으로 비슷한 거래를 하여 이익을 얻으면 과세를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이럴 때 과세를 하려고 하는 것이 2004년에 이루어진 이른바 완전포괄주의 입법의 의도가 아닌가 하는 입장이 있고, 아무튼 법에 시시콜콜한 내용을 규정하여 놓았음에도 그에 딱 들어맞지 않는 거래 유형을 과세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위 제40조는 사채를 발행한 법인의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이 이익을 얻을 때를 과세대상으로 언급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2대 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이 이익을 얻었습니다. 사채 발행이나 신주인수권 인수와 관련하여 최대주주와 사이에 긴밀한 소통이 오고 갔을 수 있으나 어쨌든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아니라면, 법에는 과세할 수 있다는 말이 없습니다. 이 판결은 그에 주목하는데, 그에 따라 다음과 같은 논리를 폅니다(실제 판시 내용은 훨씬 추상적이고 간략합니다. 아래 내용은 이해를 돕기 위한 해설이 다소 곁들여진 것입니다).
- 신주인수권을 회사와 가까운 사람에게 발행하여 주고 그 사람이 신주인수권 행사로 이익을 얻는 유형의 거래는 제40조가 다룬다.
- 제40조는 이와 같은 유형의 거래를 다루면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이익을 얻었을 때 과세할 수 있다고만 말한다. 이는 그 밖에 다른 사람은, 회사와 가까운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제40조의 적용범위에서 벗어남을 의미한다.
- 따라서 2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얻은 이익은 제40조에 따라 과세할 수 없다.
한편 포괄적 증여에 따른 증여재산의 범위를 규정하는 것은 상증법 제4조 제1항 제6호입니다. 그 밖에 제2조의 여기저기에서 증여재산에서 말하는 증여의 개념도 정의해 두고 있어서 이 조항들을 함께 두고 읽어야 하기는 합니다. 아무튼 이에 따르면 따로 이렇게 시시콜콜한 규정을 두지 않더라도, 재산이나 경제적 이익의 이전이 있다면 증여세 부과의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이 규정이 직접 발동될 수 있는 것은 제40조와 같은 구체적인 유형 별 규정이 두어져 있지 않은 경우에 한한다는 것이 이 판결의 내용입니다. 제40조 같은 규정을 두면, 그 규정이 ‘커버’하는 범위 내에서는 그 규정의 문언에 구속되고 반대해석이 일반적으로 요구된다는 뜻이 되겠지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 구조이지만, 대법원의 판단 경향에서는 어느 정도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듯 보입니다. 포괄주의 하에서 대법원이 굳혀 가고 있는 경향을 잘 보여주는 판결입니다.
4. 대판 24. 4. 12. 20두54265
특수관계법인 간 합병에서 합병 비율이 공정하게 산정되었는지 문제된 사안이고, 비상장법인 간 합병이라 피합병법인들의 주식 시가 평가가 올바로 이루어졌는지 쟁점이 되었습니다. 납세자들은 감정가액을 활용하였고 과세관청은 평가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새로운 감정을 받아 그에 따라 과세하였습니다.
예전부터 이어지는 판례·실무례는, 비록 상증법 시행령에 시가로서 적격을 가지는 감정가액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지만 이는 일종의 예시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소송 계속 중에 당사자들이 새로운 (소급) 감정가액을 가져오면(또는 새로 감정을 해 보자고 증거 신청을 하면) 이를 그 자체로 배척하지는 않고 그 가액이 적정한지 여부를 따져주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모처럼 이 판결에서는 ‘원(原) 감정가액’에 일종의 우월적 지위를 부여하고, 다른 감정가액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상증법 시행령에서 정하는 ‘재감정’의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하며, 과세관청이 평가심의위원회의 자문을 받았다고 하여 그러한 사유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법원이 그러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원점에서 폭넓게 (이를 테면 개별적 사안의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하여) 따져보아야 한다고 판시합니다.
일단 과세관청의 새로운 감정가액 제시를 (너그럽게) 허용하고 그 중 어느 것이 옳은지를 법원이 원점에서 따져 보기보다, 과세관청이 새로운 감정가액을 제시하는 것 자체를 막은 결과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기존의 판례·실무례와 논리적으로 온전히 일관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이런 방향의 판단이 과연 앞으로 더 나타날지, 또 어떤 경우에 나타날지(가령 과세관청의 ‘재감정’ 주장에 대하여만 이런 경향을 견지할지)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5. 대판 24. 4. 12. 23두58701
부가가치세 영세율의 적용과 관련된 사건인데 배경이 되는 것은 시행령 제33조 ‘그 밖의 외화 획득 재화 또는 용역 등의 범위’입니다만, 그 구체적 해석론보다 해석방법론이나 증명책임과 관련하여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우선 납세자에게 증명 ‘책임’을 명확하게 지우고 있기 때문에, 이른바 법률요건분류설에 따라 영세율은 부가가치세의 (과세요건이 아니라 그와 다른 차원의) 비과세·감면 조항에 해당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세요건의 부(不) 존재 차원의 문제라고 이해했다면 증명 ‘책임’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을 테니까요…
다른 한편으로 위 시행령 규정의 영세율 적용은 ‘외화획득의 장려라는 국가정책상의 목적에 부합되는 경우에만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예외적⋅제한적으로 인정’된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그 ‘적용요건은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고 합니다. 다른 판결들을 인용한 데에서도 보듯이 흔한 판시이기는 한데, ‘엄격해석’ 방법론에 관한 대법원의 기존 입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저 같은 사람이 보기에는 역시 조심스럽게 읽어야만 하는 부분입니다. 이 ‘엄격해석’이라는 말이 비과세 감면 조항의 입법 목적이나 의도, 존재이유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비과세 감면을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이해한다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사실 ‘엄격’이라는 애매한 말은 굳이 쓸 필요가 없고, 그게 아니라 비과세·감면 요건에서는 다른 법률요건과 달리 꼭 문언에 중점을 둔 해석(흔히 ‘문리해석’)을 해야 한다거나, 아니면 가급적 적용범위를 좁히는 해석(‘축소해석’)을 해야 한다는 말이라면 그런 해석론은 도무지 정당화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대법원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터입니다).
그래서 늘 하는 말이지만, ‘엄격해석’이라는 말은 의미가 불분명하고 오해의 소지도 커서 쓰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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