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공보

2024년 11월 1일 판례공보

세법 선생 2024. 11. 20. 11:10

2024년 10월 중에 간행된 판례공보 두 편에는 '조세' 영역의 판결이 들어 있지 않았고, 대신 11월 1일 판례공보에는 무려 네 편의 판결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뒤이은 11월 15일 판례공보에도 '조세' 영역의 판결이 없습니다. '모았다가 한꺼번에 내보내는' 것이 최근 몇 달 간 눈에 띄네요. 판결을 읽어본 소감을 적어 두겠습니다.

 

- 대판 2024. 9. 12. 202135308

 

사실관계는, 은행이 적대적 M&A의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저질러 경영권을 빼앗긴 사람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었고, 이 은행에 대하여 완전모회사의 지위에 있는 금융지주회사가 이를 연결납세 법인세 신고를 할 때 손금에 산입하였다는 것입니다. 과세관청은 이러한 손해배상금이 사회질서에 어긋나는비용 지출이라고 하여 법인세법 제19조 제2항이 정하는 손금의 일반적 표지,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것이라는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보아 법인세 부과처분을 하였습니다.

 

사회질서에 어긋난다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 위법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그렇게 이해하면 위법소득개념에 대응하는 위법비용이라는 범주에서 이 논의를 해 볼 수 있습니다. 위법소득이 과세대상이라면 위법비용은 소득에서 공제해 주어야 마땅하지 않느냐는 것이지요. ‘담세력에 해당하는 () 소득의 정확한 측정이라는 측면에서는 당연히 그러한데, 위법비용을 지출한 덕분에 세금이 줄어든다면 국가가 그러한 위법비용의 일부를 보조해 주는 것이 아니냐는 논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의약품업계에 만연해 있다고 알려진 이른바 리베이트를 아마도 그러한 이유에서 손금산입할 수 없다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대판 2015. 1. 15. 20127608). ‘담합사례금역시 비슷한 이유에서 손금불산입된 사례가 있고(대판 2017. 10. 26. 201751310) 이 판결은 이 사례를 인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담세력에 좀 더 주목하는 판결도 나와 있었는데(대판 1998. 5. 8. 966158), 최근 10 동안은 이를 테면 정의 감정을 앞세우는 판결 경향이 지배적이었던 셈이지요. 이번 판결은 손해배상금을 공제해 주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는 최근의 판결 경향이라고 할 만한 것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다만 손해배상금의 손금 산입에 관해서는 법인세법 21조의2 등이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그에 어긋나는 범위 내에서만 손금불산입하는 것이 법체계에 맞는다는 생각도 있을 있고 그러한 점이 결론에 영향을 미쳤다고 이해할 여지도 있습니다.

 

아무튼 2010년 대에 대법원이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비용 지출은 원칙적으로 손금이 없다고, 상당히 과감하고 포괄적으로 판시한 것이 있어서 사건에서도 손금 산입의 결론을 끌어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은 역력합니다. 판결에 따른 지출이므로 자체로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설시가 보이는데 부분은 납득하기 어렵지요. 그러면 손해배상금을 판결 단계에서 자발적으로 지급하면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이어서 손금불산입되어야 하는 의문이 곧바로 따라올 테니까요. 사회질서에 위반된 비용은 원칙적으로 손금불산입 대상이라는 설시와 바로 이어지는, 손금불산입 여부는 입법정책의 문제라는 설시 역시 일관되지 않습니다. 법이 손금불산입 대상으로 정하지 않았는데 사회질서에 위반되었다는 애매한 기준으로 손금불산입할 있다면 그것은 '입법정책'에 반하는 것이 아닐까요?

 

- 대판 2024. 9. 12. 202151881

 

판결의 사안은 이미 대법원 판결을 받았는데 대판 2020. 9. 24. 201638112 입니다. 국세기본법 40조가 규정하는 법인의 2 납세의무 관한 판결인데, 과세관청은 외국법인 정확히는 홍콩 법인입니다 내국인(거주자) 100% 출자자가 종합소득세 납부의무를 이행하지 않자, 외국법인에 2 납세의무를 지우는 부과처분을 하였습니다. 원래는 출자자의 지분을 압류하여 환가하면 터인데, 매수를 희망하는 사람이 없거나 법률 또는 정관에 의하여 지분의 양도가 제한되어 환가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국세기본법이 지분을 발행한 법인에게 직접 2 납세의무를 지웁니다. 문제는 법률 또는 정관에 의한 지분 양도의 제한여부를 해석하는 기준인데, 과세관청은 외국법인 발생의 지분에 조세채권을 강제적으로 집행할 방법이 없으니 이러한 양도 제한이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라고 보아 2 납세의무를 지운 듯하고, 이에 대하여 201638112 판결은 이러한 사유는 지분 양도의 제한이라는 법의 요건을 만족시킬 없다 자주 그러하듯이 엄격해석운운합니다 판단한 것입니다.

 

요컨대 양도 제한 인정되면 2 납세의무가 있고 반대로 인정되지 않으면 2 납세의무가 없다는 구도인데, 파기 환송판결로 사건을 되돌려 받은 하급심 법원은 이러한 양도 제한’, 특히 법률과 정관에 따른 양도 제한이 있는지 여부를 자세히 심리했습니다. 요는, 홍콩의 회사법에 따르면 비공개회사’(private company)라는 유형에서는 주식 양도가 제한되고, 문제된 홍콩법인의 정관에 비공개회사의 주식 양도 제한에 관한 규정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하급심 판결은 홍콩법인을 둘러싼 법률관계를 해석하고 평가할 준거법은 우리나라 법이라는 전제 아래 이러한 사정은 양도 제한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고, 대법원 판결은 이와 달리 국제사법에 따를 이러한 준거법은 법인 설립이 이루어진 홍콩 법일 수밖에 없고 그렇게 보면 양도 제한 있었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미 판단한 사건이기도 하고 하급심 법원에서 사실관계가 충분히 밝혀져서 법적 판단만 남은 단계라고 보아 이례적으로 사건을 파기 자판하였습니다. 결과는 주식 양도의 제한이 있었으므로 홍콩법인에 2 납세의무를 지울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번째 대법원 판결은 2 납세의무의 성립 여부를 까다롭게 보는 방향으로 나왔기 때문에, 파기 환송심인 하급심이 어쨌거나 이러한 방향으로 판단한 것일 수도 있는데, 막상 번째 대법원 판결은 과세관청에 유리한 내용이어서 대법원도 단계에서는 스스로 분쟁에 종지부를 찍을 필요성을 느낀 같기도 합니다.

 

한편 홍콩법인의 책임재산에 강제징수를 어떻게 있는지에 관한 상황은 판결에 드러나 있지 않은데, 과세관청이 부과처분을 하고 계속 소송도 이어온 것으로 보면 일단 부과처분만 유지되면 강제징수는 길이 있는 상황인 듯합니다. 조금 검색을 보면 사건은 기본적으로 선박왕으로 불린 모라는 사람과 관련된 것이고, 체납된 종합소득세액 합계는 천억 수준이며, 판결에는 홍콩법인의 순자산가액이 900 원에 가깝다는 언급도 있습니다.

 

사실 납세의무자가 가진 출자지분의 환가가 여의치 않다는 사정이 있으면 과세관청으로서는 법인에서 세액을 징수하고자 시도할 유인이 일반적으로 있습니다. 이러한 시각에서는 양도 제한 같은 개념을 까다롭게 다룰 필요가 별로 없고 널리 환가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경우가 모두 이에 포함된다고 여지가 있습니다. ‘양도 제한 그러한 경우를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해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출자자와 법인은 어쨌거나 별개의 존재이고, 법인에는 출자자 말고 다른 이해관계인들도 얼마간 있게 마련이니 법인에 2 납세의무를 지운다는 발상 자체가 탐탁치 않다는 생각을 가지면, 그저 법에 명확하게규정된 경우에만 어쩔 없이 2 납세의무를 지운다는 쪽으로 기울 수도 있습니다. 번째 대법원 판결의 전제는 바로 이러한 것이었지만, “막상 사실관계를 보니 그렇게 보더라도 2 납세의무를 지울 있는 경우이더라하는 상황이었다고 수도 있겠습니다.

 

- 대판 2024. 9. 12. 202264143

  

상속세 사건인데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인 특이한 사건입니다. 이 판결에도 나와 있듯이 이 경우 국내 소재 상속재산에만 우리나라가 상속세를 물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판결을 이해하려면 그 밖에 또 두어 가지 상속세 관련 배경 지식이 필요한데, 그 첫 번째는 피상속인의 사망 전 일정 기간 내에 증여한 재산이 있으면 그 증여 재산도 상속재산에 가산하여 상속세액을 산정하고, 다만 증여세를 낸 것이 있으면 거기서 11로 세액 공제를 해 준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공동상속인들은 전체 상속세액에 연대납세의무를 지되 자신이 실제로 상속한 재산의 가액 한도 내에서만 그러하다는 것입니다.

 

이 사안에서 비거주자 피상속인은 국내 소재 상속재산으로 70만 원 정도의 예금만을 남겼지만, 사망 전에 약 14억 원 상당의 국내 소재 부동산을 상속인이 아닌 제3자에게 증여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액을 계산할 때 이 국내 소재 부동산의 가액이 상속재산 가액에 가산되기 때문에, 상속세의 (말하자면) ‘면세점을 넘기게 되었고 그래서 상속세액이 2억 원 정도로 계산이 되었습니다. 상속인 아닌 다른 제3자에게 증여한 경우에도 상속재산 가산의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없지 않지만, 아무튼 법이 그렇게 되어 있으므로 여기까지는 별 의문이 없습니다.

 

문제는 각 공동상속인이 연대납세의무를 지되 자신이 상속한 재산의 가액 범위 내에서만 그러하다는 규정이 이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하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겠지만, 대법원은 연대납세의무이건, 그 이전의 (이를테면) 고유의 납세의무이건 간에 따지지 않고, 전체적인 상속세 납세의무는 실제 상속한 재산의 가액을 넘을 수 없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판결에 적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가혹한 결과가 된다고 생각한 듯합니다.

 

또 다른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이 사건처럼 전체 상속재산 중 우리나라가 과세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으로 나뉘는 경우, 상속세액의 한계를 이루는 재산 가액은 우리나라가 과세할 수 있는 부분에 한정된다는 판단입니다. 이 사건의 피상속인은 미국 소재 재산도 남겼기 때문에 상속인들이 그것까지 포함해서 상속세 가액의 한도를 정한다면 우리나라가 더 많은 상속세액을 걷을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에 이 사건에서 우리나라가 걷을 수 있는 상속세액의 한도는 예금채권의 가액인 70만 원 정도가 되었습니다.

 

피상속인이 미국에서 상속세 납부의무를 지는지, 우리나라에서 낸 상속세액이 미국의 상속세액에서 공제가 될지 등 여러 변수가 있는데, 일반론으로 이야기한다면 우리나라 소재 상속재산에서 산출된 상속세액은 상속인이 받은 우리나라 소재 상속재산의 가액을 한도로 징수할 수 있다는 결론은 어느 정도 납득할 만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럼에도 이 사건에서 70만 원 정도의 국내 재산을 상속한 상속인들이 2억 원이 넘는 상속세액을 부담하게 된 것은 사실 제3자에 증여된 재산을 상속재산에 가산하기 때문인데, 여기서도 이 제도가 현실에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듯합니다.

 

- 대판 2024. 9. 13. 202154293

 

공익법인에 대한 재산 출연에 증여세 관련 혜택을 부여하는 상증법 제48조 제2항 제4호에는 공익법인이 출연받은 재산을 매각하고 그 매각대금을 매각한 날부터 3년이 지난 날까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에 증여세를 부과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출연받은 재산 그 자체는 아니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매매나 그 밖의 다른 경로로 새로운 재산을 취득한 후 이를 매각한 돈을 공익 활동에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대법원은 소위 엄격해석 원칙을 전면에 내세우고, ‘차용 개념에 관한 전통적 설명이라든지, ‘같은 법 안에서 같은 문구는 같은 내용을 가지는 것으로 해석함이 원칙이라든지 하는 명제들을 동원하여, 결국 출연 받은 그 재산을 매각한 대금의 사용만이 문제되고, 그 밖에 다른 경로로 취득한 재산 예를 들어 출연 받은 재산을 매각하여 얻은 돈으로 취득한 재산을 다시 매각한 대금 은 그 매각 대금을 어떻게 사용하든 적어도 이 조항에 따른 증여세 부과와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엄격해석 원칙이라는 대법원이 즐겨 쓰는 레토릭에 대한 비판은 제가 이미 여러 차례, 여러 곳에서 제시한 적이 있어서 여기서 되풀이하지는 않겠습니다. 대법원이 내린 결론은 보기에 따라 옳을 수도, 그를 수도 있어서 역시 여기서 자세히 논의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다만 방금 말씀 드린 것처럼 온갖 형식적인 논리를 동원하면서도, 막상 공익법인에 대한 재산 출연에 증여세 혜택을 부여하지만 그 재산이 공익 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증여세 혜택을 부여할 수 없다는 실체적인 내용에 비추어 과세처분이 결과적으로 옳은지 그른지는 거의 논의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그 동안의 판결 경향에 비추어 보면 놀랍지는 않지만, 여전히 의아합니다. 공익법인 출연에 증여세 혜택을 주는 이유가 출연된 재산이 공익 활동에 기여하기 때문에 그러한 재산 출연을 장려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면, 그러한 혜택은 재산의 형태가 한 번 바뀌고 나면 공익활동에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계속 유지되어야 할지 말지이것이 직접적인 논점 아닐까 합니다. 이런 직접적 논점을 살피지 않고 우리는 늘 법을 이렇게 해석한다는 식으로만 결론을 내려는 것은 방법론적 오류 아닐까요? 적어도 논의 자체가 매우 공허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아니면 원래 '법의 해석'이란 그럴 수밖에 없나요?  

'판례공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5년 1~2월 판례공보  (3) 2025.03.16
2025년 1월 1일 판례공보  (1) 2025.01.05
2024년 9월 15일 판례공보  (9) 2024.09.29
2024년 8월 15일 판례공보  (1) 2024.08.27
2024년 8월 1일 판례공보  (2) 2024.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