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일 판례공보에는 오랜만에 ‘조세 편’에 판결이 실렸지만 그 수는 한 편입니다.
- 대법원 2024. 11. 20. 선고 2022두47629 판결
이 사건에서는 법인이 소송을 통해 토지 수용보상금을 받았는데, 1심 승소 후 가집행이 되었고 판결이 최종 확정되는 데에는 몇 년이 더 걸렸습니다. 수용보상금 관련 익금의 인식 시기가 문제이고, 후보지는 가(假) 집행의 시기와 판결 확정의 시기입니다. 소득세 영역에서는 이른바 권리확정주의 아래, 소득을 발생시키는 권리가 법적 쟁송의 대상이 되어 있으면 그 쟁송이 확정판결 등으로 해소된 시점에 소득을 인식하지만, 다만 판결 확정 전이라도 가집행이 이루어지면 그 시점에서 소득을 인식한다는 판례가 확립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권리확정주의, 그리고 판례가 만들어 낸 ‘성숙 확정’ 이론, 그리고 이익의 사실상 지배의 문제 등 개념들이 어지럽게 얽혀 있습니다. 더 관심 있는 분은, 윤지현, “판례를 통하여 본 권리확정주의와 ‘성숙 확정’의 개념”, [조세와 법] 제13권 제1호, 서울시립대 법학연구소, 2020 참조.
2025년 판례공보 중 ‘조세 편’의 첫 순서를 장식하는 이 2024년 판결에서 우선 기억해야 할 것은, 대법원이 방금 살펴본 소득세 ‘판례’를 법인세에 그대로 연장했다는 것입니다(따라서 가집행의 시점이 소득의 인식 시점이고 이때를 기준으로 부과제척기간이 기산합니다). 이 판결이 인용하고 있는 두 건의 판결은 모두 소득세 관련 사건에서 나온 것이고, 혹시 법인세에서는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없는지 하는 논점에는 따로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이 결론을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성숙 확정’의 개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이 개념은 세법에 별다른 근거를 두지 않은 대법원의 창작물로서, 1980년대와 1990년대 전반에 많이 쓰였는데, 후발적 경정청구가 1990년대 중반에 들어오고 특히 2010년대 이후 이 제도가 폭 넓게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이 개념의 필요성이나 체계적 위치가 매우 애매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쓰지 않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 다시 법인세 영역에서도 굳이 이 개념을 동원한 것을 보니 대법원은 생각이 좀 다른 모양입니다.
권리확정주의에서는 법적 권리가 발생하여 그 행사에 장애가 없는 때에 소득을 인식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할 수 있고, 다만 간혹 그보다 먼저 현실에서는 경제적 이익을 누리기 시작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때에는 소득의 인식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논의가 있는데 이는 흔히 ‘관리지배 기준’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가집행의 경우도 이에 따른 설명이 가능한데, 굳이 대법원은 ‘성숙 확정’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쓰고 있습니다. 이 개념은 때로 인식 시기를 늦추기 위해서도 쓰이고, 때로 이 사건처럼 인식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도 쓰이는, 이를테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사용됩니다. 스스로의 ‘창조물’에 애착을 가지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지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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