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공보

2025년 3월 1일자 판례공보

세법 선생 2025. 7. 12. 11:24

 

 

대판 25. 1. 9. 2232382

 

소득세법 제33조 제1항 제5호가 가사(家事)에 들어간 경비를 사업소득금액을 계산할 때 필요경비로 공제하여 주지 않는다고 규정한 것은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다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가사의 경비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 하는 문제가 중요하게 남습니다. 소득세법도 이를 다시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는데, 시행령 제61조 제1호가 사업자가 가사와 관련하여 지출하였음이 확인되는 경비라고 규정하고 있는 데에는 마찬가지로 의문이 없으나, 이렇게 일일이 어떤 경비가 가사와 관련되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은 과세관청으로서 매우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흔히 자영업자라고 하는 개인 사업자의 경우 그 사람의 생활 중 사업과 관련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온전히 구별하는 일이 쉽지 않고, 그 사람이 쓰는 돈이 어느 쪽에 쓰였는지(아니면 양쪽 모두에 다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주었는지) 구별하는 일이 역시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사람이 돈을 빌렸다고 할 때, 이 빌린 돈이 사업과 가사 중 어느 쪽을 위한 것인지 구별하는 일은 개념적으로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행령 제61조 제2호는 일정한 간주 규정을 두어, 이러한 사업자가 지급하는 이자 중 일정 부분을 가사에 사용된 것으로 일률적으로 취급합니다. 그 기준은 대략 말하여, 사업용 자산의 가액()과 부채 총액() 간 관계에 따라 정하여지게끔 되어 있어서, ()()의 차액이 차입금에서 차지하는 비율만큼의 지급이자는 사업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가령 7천만 원어치의 사업용 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1억 원의 채무를 지고 있다면, 빌린 돈 중 3천만 원은 가사에 쓰였다고 본다는 것이고, 그러면 이자 3백만 원 중 90만 원은 필요경비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생각해 볼 점은 두 가지인데, 우선 이런 기준이 옳으냐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식의 주먹구구는 정확한 결과를 낳지 않는데, 논점 자체가 어차피 정확한 결과를 추구하기 어렵다는 반박이 있을 수 있습니다(이창희, 세법강의 2025년판 기준으로는, 486~487면에 설명이 있고, ‘정확성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한만수 선생의 견해도 인용되어 있습니다).

 

실제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것은, 소득세법에서 그저 가사의 경비라고만 했는데, 시행령에서 이런 식의 간주 규정을 두는 것이 모법(母法) 위반이 아니냐는 주장입니다. 전형적으로 위임 입법의 한계, 또 모법 조항에서 위임입법이 앞으로 어떻게 이루어질지 최소한의 예측가능성이나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규정을 두었는지가 문제되는 사안입니다.

 

언뜻 보아 제1호는 모법 규정에 비추어 당연한 내용이지만, 2호와 같은 규정은 시행령에 마련되리라는 것은 모법 규정만으로 도저히 예측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을 듯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방금 언급하였듯이 어차피 가사의 경비는 어떤 돈이 실제로 가사에 쓰였는지하는 기준만으로는 그 액수를 판별할 수 없고 일정한 간주 규정이 반드시 필요할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의미에서 제2호의 내용에 문제가 있을 수는 있어도 예측가능성 등의 문제는 없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또는 보기에 따라서는, 두 문제는 결국 서로 연결되어 있고, 2호의 내용이 유일하게 옳은 답은 아닐지 몰라도 딱히 틀렸다고는 말할 수도 없다는 의미에서 예측가능성 등의 문제도 낳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대법원은 제2호의 조항은 모법의 범위 안에서 규정된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다음과 같은 판시를 남겼지만, 결국 지금껏 살펴본 것과 비슷한 의미라고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법규명령이 법률의 위임범위를 벗어났는지는 직접적인 위임 법률조항의 형식과 내용뿐만 아니라 법률의 전반적인 체계와 목적 등도 아울러 고려하여 법률의 위임범위나 한계를 객관적으로 확정한 다음 법규명령의 내용과 비교해서 판단하여야 한다. 법규명령의 내용이 위와 같이 확정된 법률의 위임범위 내에 있다고 인정되거나 법률이 예정하고 있는 바를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한 것으로 인정되면 법규명령은 무효로 되지 않는다. 어느 시행령 규정이 모법에 저촉되는지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모법과 시행령의 다른 규정들과 그 입법 취지, 연혁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모법에 합치된다는 해석도 가능한 경우라면 그 규정을 모법 위반으로 무효라고 선언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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