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가 출판사에서 나온 법인세 '리서치 핸드북' 제4장은 어반-브루킹스 조세연구센터(Urban-Brookings Tax Policy Center)에서 일하는 에릭 토더(Eric Toder)라는 사람이 썼고, 법인세 부담의 귀착(incidence)이라는, 재정학에서 다루는 개념에 관한 글입니다. 하지만 법인세의 납세의무자가 누구인지에 관계 없이, 국고로 들어오는 법인세액만큼의 경제적 부담을 누가 지는 것인지를 따지는 '귀착'의 문제는 현실에서 매우 중요하고, 제2장에서 브라우너는 법인세 귀착의 논점에 대한 정답을 모르는 상태에서 법인세를 정책적 수단으로 삼는 것에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기도 합니다.
세법 전공자가 귀착의 논점을 스스로 분석할 수 있는 도구나 능력을 갖추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그에 관한 논의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정도는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제4장은 상당히 귀중한 자료입니다. 토더 본인의 견해도 약간 들어가 있지만, 현 시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주요 연구결과를 종합해서 소개하고 있어서 '리서치 핸드북'이라는 책의 성격에 잘 맞는 글이기도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법인세 귀착의 양상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최근의 연구 결과까지 감안한 이 장의 입장은,
-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법인세 부담은 법인이 아니라 누군가 개인에게 돌아가게 마련이고,
- 최근에 와서는 자본의 이동성 증가, 그리고 쉽게 모방할 수 없는 특수한 무형자산이 창출하는 이익의 비중이 커졌다는 점, 이 두 가지 요소가 법인세 귀착의 분석에 새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 그 결과 대략 (연구 결과에 따라 다르지만) 8대 2나 7대 3 정도로 법인세 부담은 자본을 소유한 사람 - 꼭 출자자에 국한되지 않고 자본소득을 올리는 사람 일반을 가리킵니다 - 과 노동자 사이에서 나누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합니다. 자본을 소유한 사람이 노동자보다 대체로 더 부유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러한 면에서 보면 법인세는 어느 정도 '누진적'인 성격을 가진다고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 다만 최근에 와서는 기관투자자가 출자지분을 보유하는 비중이 커졌고, 또 외국인 출자자들이 보유하는 출자지분의 비중 역시 큰데, 이러한 현상까지 온전히 감안하는 분석 기법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도 합니다.
'잡다한 글' 카테고리에 있는 '세법 관련 교양도서 몇 권'이라는 제목의 포스팅에 소개해 놓은 킨 / 슬렘로드의 '세금의 흑역사', 222면 이하에서도 조세 귀착의 문제를 널리 다루고 있고 특히 243면 이하에는 법인세 귀착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결과는 대략 방금 이야기한 것과 비슷한데('미국 법인세 부담의 약 4분의 1이 노동자에게 돌아간다는 추론'), 다른 나라에서는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합니다. 세제의 내용이 다르고 자본의 이동성이나 법인 소득의 구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자세히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법인이 올리는 과세대상 소득에는 자본의 통상 이익에 해당하는 것이 있고, 그 이상의 이익 - 흔히 '경제적 지대'라 불리는 - 도 포함되어 있으며, 이 둘을 나누어 살펴보는 것이 유용하다는 점 역시 이 장에 설명되어 있습니다.
세법 관련 교양도서 몇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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