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가 출판사에서 나온 법인세 '리서치 핸드북' 제9장은 유럽연합(EU)의 법인세제 관련 내용입니다. 크리스티아나 파나이가 썼습니다. 런던의 퀸메리 대학 교수이고 다수의 저서를 발표한 중견 학자입니다. 제9장은 비교법적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 제3부의 첫 장이고, 이어서는 영국, 독일 등 다양한 나라의 법인세제를 소개하는 장들이 이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한편 이전의 포스팅에서 살펴본 제2, 3, 4장과 제5장 중 제2~4장은 제1부 ‘기초’(Foundations)에 속하고, 제5장은 ‘회사 활동’(corporate operations)라는 제목의 제2부에 속합니다. 제2부에는 제6~8장이 이어지는데, 각각 회사 설립(제6장), 기업구조조정(제7장), 국제조세적 측면(제8장)에 관한 현행 미국법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제6~8장은 이렇듯 그저 현행법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여기서 포스팅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습니다.
제9장도 그런 면에서 조금 비슷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의 입장에서는 유럽연합 법인세제는 조금 생소하기도 하고 또 최근에 변화가 특히 많기도 했기 때문에 간단히 다루고 있는 내용들을 정리하여 두려고 합니다. 유럽연합법 관련 자료 수집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유럽연합법은 간접세 영역에서는 상당한 정도로 법제가 ‘통일’, 또는 ‘조화’(harmonization)되어 있지만, 직접세 영역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영역에서는 몇몇 입법 ‘준칙’(directive)와 유럽연합 사법재판소(CJEU)의 판례가 각국의 법제를 조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장은 현재까지 나와 있는 그러한 준칙과, 수십 년 간에 걸쳐 누적된 판결들 중 특히 잘 알려진 것들 몇 가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 준칙은 전부터 있었던 ‘합병 준칙’(Merger Directive), ‘모자회사 준칙’(Parent-Subsidiary Directive), ‘이자-사용료 준칙’(Interest-Royalty Directive),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생긴 ‘상호 조력 준칙’(Mutual Assistance Directive) 외에, 특히 ‘행정협력준칙’(DAC, Directive on Administrative Assistance). ‘조세회피방지 준칙’(ATAD, Anti-Tax Avoidance Directive)를 설명하고 있고, 그 밖에도 ‘조세분쟁해결절차 준칙’(Tax Dispute Resolution Mechanisms Directive)에 언급하고 있습니다.
- 판결은 수가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는 좀 어렵고, 특히 유럽연합 내 조세회피방지 규범의 방향성을 일찍이 지시하였고 최근에 와서는 BEPS 결과물들과 충돌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문을 낳는 ‘캐드베리’(Cadbury Schweppes) 판결, 외국법인과 연결납세를 허용할 때 손실 공제를 어느 범위에서 허용할 수 있는지의 논점을 다룬 ‘마크스앤스펜서’(Marks & Spencer) 판결, 그리고 최근 ATAD에서 채택된 ‘출국세’(exit tax) 규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내셔널 그리드’(National Grid Indus) 판결 등이 조금 더 자세하게 언급되어 있다는 점만 일러 둡니다.
- 유럽연합 회원국에 공통되는 법인세제는 아직 없지만, 그러한 것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역사는 제법 오래되었습니다. CCCTB(Common Consolidated Corporate Tax Base)로 오래 알려진 이 기획은, 그러나 지금껏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장은 이 노력의 경과와 현재의 상황 역시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공통’의 ‘연결된’ 법인세제를 만든다는 야심 찬 목표는 현재 약간 수정되어, ‘공통’의 세제를 만드는 기획과, ‘연결된’ 법인세 과세표준에 과세한다는 기획은 2016년 분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다만 이 ‘공통 법인세제’ 기획에서 흥미로운 것은 AGI(allowance for growth and investment)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자본에 대한 일정한 비율의 수익만큼 법인세 과세표준에서 공제되도록 함으로써 자기자본과 타인자본 간 세제 중립성을 꾀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 ‘연결 법인세제’ 기획은 ‘필라 2’와 그 적용대상이 같고(다시 말해 적용대상이 일정 수준의 거대기업군으로 한정됩니다), 이에 속하는 기업군은 전체 소속기업을 모두 ‘연결’시켜 소득을 산정하고, 각 나라가 과세할 수 있는 몫은 ‘공식 배분’(formulary apportionment)에 따라 정한다는 내용입니다. 어느 것이나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고 직접세 분야는 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에 향후 전망 역시 불확실합니다.
- 2023년에 오면 CCCB는 BEFIT(Business in Europe: Framework for Income Taxation)으로 간판을 바꾸어 다는데 막상 내용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합니다.
- 그 밖에 2011년, 2008 금융위기 직후에 금융거래세 준칙을 도입하려 했으나 성공적이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 최근 ‘필라 2’를 위한 유럽연합 내 준칙이 발효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보도된 것처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래 ‘필라 2’의 향후 진행상황은 유동적입니다. 어쨌든 이 장은 이 다국적기업의 글로벌 최저한세에 관한 유럽연합 준칙에 관하여도 제법 상세한 설명을 붙이고 있습니다.
- 이 책이 나오는 시점에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는 “Unshell proposal”이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shell”은 “shell company”의 뜻이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페이퍼 컴퍼니’ 정도의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조세회피를 비롯하여 여러 이유에서 ‘페이퍼 컴퍼니’가 너무 많이 쓰인다고 보고, 세법 적용에서 그러한 회사에 절차법 실체법적인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듯합니다.
크리스티아나 파나이는 특히 벱스 기획의 영향을 상당히 받고 있는 듯 보이는 유럽연합의 행보에 약간은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조세수입 확보를 위한 노력이 좀 지나쳐서 법적 안정성을 해하는 입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유럽연합이 각 나라의 소득세제에 과도하게 간섭함으로써 원래 이 영역에 존재하는 미묘한 균형이 손상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