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판례공보 논평’ 코너의 첫 시작입니다. 대략 두 달치의 판례공보를 모아, ‘조세’ 편의 대법원 판결 중 제 입장에서 논평할 만한 것을 골라서 간단히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 시작점은, 조금 지나가기는 했지만, 2024년 1월과 2월 중에 공간된 판례공보로 하겠습니다. 늘 그렇듯이 매월 1일, 15일 자로 나오기 때문에 네 편의 판례공보가 검토대상인데, 매 판례공보마다 ‘조세’ 편 판결들이 수록되었습니다. 그리고 특히 1월 15일 자에는 네 편이라는, 약간은 이례적으로 많은 수의 판결이 게재되었습니다.
아래에는 이 중 일곱 건을 살펴봅니다. 판례라는 차원에서는 6. 판결이 주목할 만합니다. 하지만 논점 자체를 다루는 방식이랄지, 이후 다른 사건들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게 한다는 의미에서는 3.과 4.에 흥미로운 점이 많은데, 다만 이 판결들의 함의는 구체적 사실관계를 놓고 따져봐야 해서 이런 자리에서 더 상세한 논의를 하는 데에 한계가 있습니다.
1. 대판 2023. 11. 9. 2020두51181 (24. 1. 1. 공보)
이 판결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이른바 상장차익을 증여세 부과의 대상으로 삼는 특별한 규정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다음의 점에 유의하면 좋겠습니다.
- 이 조항은 일정한 방식으로 취득한 주식이 상장되는 시점에 증여가 일어난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주식을 취득하는 시점에 증여가 있는 것으로 보되(따라서 이때 납세의무가 성립합니다), 그러한 증여재산 가액을 이후의 상장 시점을 기준으로 해서 사후적으로 다시 정하는 규정이라는 것이 대법원의 기존 인식이고, 이 점을 이 판결에서도 다시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 한편 특별히 다른 규정이 없으면 납세의무의 성립, 이 사건에서는 주식 취득 시점에 유효한 법 규정에 따라 과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합니다. 이 역시 예전부터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져 오는 내용입니다.
- 이 사건에서 주식을 취득하는 시점의 법령에는 코스닥 상장을 상장차익 과세가 가능하게 하는 사건으로 보고 있었으므로, 납세자가 주장하는 코넥스 상장 – 그 이후 법령에 추가된 내용 – 은 이 사건의 과세와 무관하다는 결론입니다.
그 밖에 몇 가지 논점들에 관한 판단이 곁들여져 있습니다.
- 특히 세무조사 절차와 관련된 주장들이 이 사건에서도 몇 가지 제시된 듯합니다. 이 판결은 국세기본법이 과세처분 전에 과세전 적부심사 청구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헌법의 적법절차 원칙과 관련이 있다는 점(그 자체로 당연무효의 사유를 이룹니다), 그리고 세무조사 범위를 확대하는 절차의 위법도 과세처분을 위법하게 만드는 사유일 수 있다는 점을 판시합니다. 세무조사 범위 확대와 관련된 언급은 아마도 최초의 것이 아닌가 합니다.
-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되는 거래에서, 납세자가 지분을 보유한 법인이 거래 상대방인 경우 이른바 ‘자기 증여’의 문제가 생기고 요즘 간혹 이 논점이 판단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듯합니다. 이 사건의 쟁점에서는 따로 문제삼을 필요가 없다는 결론도 제시되어 있습니다.
2. 대판 2023. 11. 16. 2023두47435
오피스텔은 업무 시설이지만 재산세 부과에서 실제의 사용 현황에 따라 주택이 될 수 있다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결론이 다시 확인되어 있습니다.
3. 대판 2023. 11. 30. 2019두58445 (24. 1. 15. 공보)
자본거래에서 생기는 자산 증가가 법인세의 소득 계산에서 익금이 아니라는 기본 원칙은 법인세법에서 ‘자본 또는 출자의 납입’의 익금불산입이라는 말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사건은 합작투자 법인을 만든 투자자 간의 복잡한 거래에서 일정한 투자금 정산이 이루어질 때 그 실제의 성질이 ‘자본 또는 출자의 납입’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법인세 소득 계산에서 문제될 여지가 있는지, 아니면 그러한 실제 성질에 관계 없이 법적 형식이 ‘자본 또는 출자의 납입’인 경우에만 이 조항이 적용되는지 여부를 쟁점 중 하나로 삼고 있는데, 이 판결은 법적 형식이 이러한 자본 증가에 해당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합니다.
다른 하나의 쟁점은, 역시 비슷한 와중에 해제된 계약의 이행으로 받은 돈은, 아직 해제로 인한 원상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할 때 익금이 아닌지 여부인데, 대법원은 돈을 받은 납세자가 계속적으로 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이유로 익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합니다. 이는 양도에 해당하는 계약이 해제되면 원칙적으로 양도소득세 납세의무가 없다고 하는 판례 경향과 구별되며, 양도의 개념보다 더 넓은 범위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위법소득에 관한 판례를 적용하고 있는 점이 주목됩니다.
4. 대판 2023. 11. 30. 2020두37857
이 공보에는 또 하나의 합작투자 거래에 관한 판결이 있는데, 여기서는 투자금의 일부를 우선주 소각 대금의 형태로 받아갔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법 형식 그대로 의제배당이 되면 법인 간 배당의 익금불산입 조항의 적용 가능성이 생깁니다. 과세관청은, 이 돈의 성격이 사실은 납세자가 현물출자의 형태로 합작 법인에 양도한 사업의 대가이므로 익금불산입 조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였으나, 이 판결은 이 주장을 배척하였고, 그 과정에서 납세자가 취한 법 형식과 내용에 모두 주목하였습니다(우선주 소각이라는 형태를 취한 데에는 사업목적이 있었다는 판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5. 대판 2023. 12. 7. 2020두42668
2014년 초 지방세법 개정으로 지방소득세가 이른바 독립세 방식으로 개편된 시점과 관련이 있습니다. 한편 2013년까지 조세특례제한법에 법인세 세액 공제에 관한 조항이 존재하였고 이 사건의 납세자는 이에 따른 돈을 지출하였으나, 해당 사업연도의 세액이 최저한세액에 미달하여 당장 공제는 받지 못하고 관련 금액이 2014년 이후로 이월되었습니다. 이처럼 법인세에서라면 장래 사업연도로 이월되어 공제되었어야 하는 금액이기는 한데, 명문의 규정이 없는 지방소득세에서도 계속하여 이월되어 공제되어야 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습니다. 납세자가 내세운 주장은 대략 원래 법인세에서 공제를 받을 수 있던 금액은 2013년까지는 지방소득세에서도 당연히 그에 따른 감면을 받을 수 있고, 따라서 이러한 감면은 2014년 이후에도 인정되어야 한다는 내용인 듯합니다. 이 판결은, 명문의 규정이 없는 가운데에도 과거에 있었던 감면이 이후 과세연도에 계속하여 인정되려면, 과거 규정이 일단 비과세 감면의 요건이 충족되면 그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특별히 비과세 감면한다는 뜻이 분명히 규정되어 있어야 함을 전제로, 이 사건에서 납세자가 가진 것은 단순한 기대에 불과하다고 하여 납세자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밖에 이 사건에서는 사실 조특법 조항이 법인세가 아니라 지방소득세 감면을 명확히 규정하는지도 불분명하기도 합니다.
6. 대판 2023. 12. 7. 2022두45968
과세전 적부심사 청구나 그 결정 없이도 과세처분을 할 수 있는 예외 사유로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고발하거나 통고처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세단위에 그러한 고발이나 통고처분이 있다고 하여 그 과세단위의 과세처분을 전부 적법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고발이나 통고처분과 ‘동일성’이 있는 범위 내에서만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판결에서 주목할 내용입니다. 제가 알기로 이는 처음 나타나는 판시입니다. 두 가지 측면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 대법원이 과세단위 개념을 종종 뜻하지 않은 곳에서 앞세우는데, 여기서는 과세단위가 아닌 다른 의미의 동일성 개념을 활용하였다는 것이 주목할 만합니다. 다만 이 동일성이 어떤 의미인지, 예컨대 행정구제법 이론에서 흔히 등장하는 기초적 사실관계의 동일성 개념인지에는 침묵하고 있습니다.
- 현실적으로는, 과세관청은 하나의 과세단위 중에서도 일부 사실관계만 놓고서 고발이나 통고처분을 한다면 그 외 부분에 대하여는 여전히 청구나 결정 후로 과세처분을 미루어야 한다는 뜻이 되고 이는 과세관청에 상당한 번거로움을 안기는 결과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이 판례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 과세관청으로서는 가급적 과세단위 전부를 고발이나 통고처분의 대상으로 삼고자 할 수도 있습니다.
7. 대판 2023. 12. 28. 2020두56780 (24. 2. 15. 공보)
부가가치세 사건입니다. 지방자치단체의 관광열차와 관련이 있고, 지자체는 열차를 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에 일정한 방식으로 산정되는 금액을 지급하였으며, 한국철도공사는 다시 실제로는 철도 운영을 민간 기업에 맡긴 사례입니다. 이때 지자체가 지급하는 돈은 용역의 공급과 무관한 보조금으로 인정하여 부가가치세 납세의무가 없다는 결론입니다. 그리고 철도공사와 민간 기업 간 관계는, 한국철도공사가 가지는 광범위한 권한 등 이유로 준(準) 위탁매매 관계로 인정하였습니다. 그 결과 한국철도공사가 위탁매매인으로서 부가가치세 납세의무를 진다고 인정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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